대선을 56일 앞둔 10일(현지시간) 토론에서 해리스는 "그(트럼프)가 김정은과 러브레터를 교환한 것은 잘 알려져 있다"며 트럼프가 "독재자를 존경하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비판했다. 해리스는 트럼프를 향해 "독재자들이 당신이 대통령이 되길 응원하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는 그들이 아첨과 호의로 당신을 조종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분명하기 때문이다"라고 직격했다. 이에 트럼프는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의 말을 인용하는 것이라며 "중국과 북한이 자신을 두려워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두 후보의 안보 관련 발언은 주목해야 한다. 해리스는 "아첨의 대가로 친구들(동맹국)을 적에게 팔아넘기지 않겠다"고 했는데 동맹과 함께하겠다는 의미로 보면 된다. 트럼프는 "전 세계가 미국을 전쟁 국가로 인식한다"며 "불투명한 비전에 미국인을 희생하지 않겠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승리가 아닌 조기종식을 원한다"고 했다. 트럼프의 말은 미국인을 희생하면서까지 전쟁을 하지는 않겠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이 발언은 북핵 위협에 직면한 한국에 매우 껄끄럽지 않을 수 없다.
지지율 초박빙에서 진행된 토론에서 두 후보는 경제, 물가, 생식권, 성범죄, 불법 이민, 국경 문제 등으로 충돌했는데 미 언론들은 해리스가 준비를 많이 했고, 트럼프는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를 내놨다. 두 사람은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방위비,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두루 짚었는데 이상하게도 북핵과 한반도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 그렇더라도 우리로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두 후보의 입장에 대해 계속 집중할 필요가 있다.
대선에서 누가 승리하든 한국의 안보, 외교,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하다. 단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중요한 것은 한·미동맹이 훼손되지 않고 한·미·일이 협력해 북한 핵 위협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해리스와 트럼프 모두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는데 안보와 경제, 특히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등의 산업도 미국 중심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정부와 경제계가 미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국익을 잘 지켜내는 것은 우리에게 큰 과제다. 대선 결과 시나리오별로 대응방안을 잘 만들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