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에선 현대오일뱅크의 상장 백지화가 예견된 수순이었다고 봤다. 현대엔지니어링, 태림페이퍼, SK쉴더스, 원스토어 등 여러 조 단위 대어들이 증시 부진 탓에 IPO 진행을 중단했다. 이들 기업은 몸값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거란 판단을 내렸다. 현대오일뱅크 역시 같은 이유를 내세웠다.
이제 투자자들의 시선은 상장을 앞둔 또 다른 대어들로 향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로 상장 철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쏘카와 컬리, 골프존카운티, 케이뱅크 등이 연내 기업공개를 준비하고 있다. 상장하더라도 흥행 여부를 장담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IPO 시장 회복을 위해선 우량한 대어의 선전이 필요한 시점이다. 관건은 공모가다. 좋은 기업을 적정한 가격에 살 수 있어야 투자심리도 살아날 수 있다. 다음달 상장 예정인 쏘카 역시 "고평가 논란을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1년 설립된 쏘카는 연간 영업이익 기준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했다. 적자 상태이기 때문에 매출액 기준으로 공모가를 산정해 쏘카의 사업모델과 유사한 우버와 그랩보다 고평가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기업 펀더멘털이나 잠재적 가치에 비해 공모가를 높게 책정할 경우 투자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 현대엔지니어링과 SK쉴더스 등 상장을 철회한 기업들 역시 고평가 논란에 발목이 잡혔다. 증시 입성을 위한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부터 흥행에 실패했다.
IB 관계자들은 "시장 눈높이에 맞춘 적정 기업가치를 제시해야 침체된 IPO 시장이 회복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유동성이 쪼그라들수록 공모주 투자자들의 선구안도 깐깐해졌기 때문이다. 상장을 채비 중인 대어들이 풀어야할 난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