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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도 당연히 국격이 중요하다. 그래서 국민이든 국가든 국제무대에 나가면 품위있게 행동할 필요가 있다. 명분에서 벗어나는 일도 하면 곤란하다. 그러나 국익이 문제가 되면 얘기는 상당히 많이 달라질 수 있다. 품위와 명분을 잃지 않으면서도 솔직한 자세를 견지하는 것이 소망스럽기는 하나 때로는 상대를 배려하면서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다거나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전략 역시 필요하다.
심지어 때로는 곧 튀어나올 것 같은 직설적인 말을 참아야 할 때도 있다. 국익을 위한다면 그와 정 반대 되는 뉘앙스의 말을 입에 올릴 필요도 있다. 외교라는 것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중국은 한국과의 관계를 흔히 '일의대수(一衣帶水·냇물을 사이에 두고 가까이 접해 있음)'라는 말로 설명한다. 서로 상생해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아 보인다. 상극이 되려고 하는 모양새를 보이는 것이 현실인 듯하다. 특히 한국이 이런 스탠스를 유지하는 것에 더 적극적인 것처럼 보인다.
이는 최근 한국 당정 고위층들의 정제되지 않은 아마추어적인 반중(反中) 발언들을 대충 일별해봐도 잘 알 수 있다. 이 치기 어린 발언들이 틀리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외교의 기본을 안다면 못할 말들이라고 해도 좋다. 또 국익을 생각할 경우 입에서 꺼낼 생각조차 하지 말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손자병법에 '병이사립, 이이동(兵以詐立, 以利動·전쟁은 속임수이고 유리한 것에 따라 움직임)'이라는 전략이 있다. 글로벌 세계의 외교가 거의 전쟁이 돼버린 현재 상황에서 정말 명심해야 할 금언이 아닌가 보인다. 그러나 한국 내의 반중 정서 내지 행보는 이런 불후의 진리라고 해도 좋을 전략과는 완전히 반대로 가고 있는 듯하다.
더구나 현재 모양새를 보면 앞으로 가지고 있는 모든 패를 다 까겠다는 식으로 나올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도박에서도 금기하는 행태라고 해도 좋다. 지금 중국이 한국의 행보를 보고 속으로 웃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면 바보거나 간이 배밖으로 나온 상태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