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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전쟁 확산에 뉴욕증시 급락…유가 80달러 돌파, 인플레이션 공포 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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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6. 03. 06. 06:59

호르무즈 해협 봉쇄·유조선 공격에 WTI 8.5% 급등…1년8개월 최고
세계 원유·LNG 물동량 20% 마비 우려…선박 수천 척 페르시아만 발 묶여
고유가에 금리 인하 기대 후퇴…백악관 휘발유세 유예 등 물가 대응
US-ECONOMY-MARKETS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모니터에 뉴욕증시 주요 지수가 나타나고 있다./AFP·연합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對)이란 군사작전이 확전 양상을 보이면서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금융시장이 다시 흔들렸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유조선 공격 소식이 이어지자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심리가 급격히 확대되며 뉴욕 증시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5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784.67포인트(1.61%) 하락한 4만7954.74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38.79포인트(0.56%) 내린 6830.71,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58.49포인트(0.26%) 하락한 2만2748.99로 각각 마감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시장 하락에 대해 "중동 전쟁 확대가 세계 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금융시장을 흔들었다"고 분석했다.

US-ECONOMY-MARKETS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모니터에 뉴욕증시 주요 지수가 나타나고 있다./AFP·연합
◇ 유가 급등…WTI 80달러 돌파, 1년 8개월 최고

중동 긴장 고조는 에너지 시장을 직접적으로 자극했다.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전장 대비 8.51% 급등한 배럴당 81.01달러로 마감했다. 이는 2024년 7월 이후 약 1년 8개월 만의 최고치이자 2020년 이후 최대 일일 상승폭 가운데 하나다.

국제 유가 기준인 브렌트유도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4.93% 오른 배럴당 85.4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SJ은 이번 유가 상승에 대해 "사실상 봉쇄된 호르무즈 해협 때문에 페르시아만에 수천 척의 선박이 갇혔다"며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시장을 자극했다고 설명했다.

세계 원유 및 액화천연가스(LNG) 해상 운송량의 약 20%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만큼 해협 봉쇄는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전체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미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미국 평균 휘발유 가격도 지난주 대비 약 27센트 상승해 갤런당 3.25달러를 기록했다.

호르무즈
3D 프린팅으로 제작된 원유 저장통·원유 펌프 잭, 그리고 호르무즈 해협과 이란을 표시한 지도로 2일(현지시간) 찍은 일러스트레이션./로이터·연합
◇ 유조선 공격·생산 차질…에너지 공급 불안 확대

유가 상승에는 실제 공격 사건도 영향을 미쳤다. 로이터통신은 이라크 바스라주 호르 알주바이르 항구 인근에 정박 중이던 유조선이 폭발로 파손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현지 해운업체 소난골마린서비스는 바하마 선적 유조선 '소난골 나미베호(Sonangol Namibe)'에 소형 선박이 접근한 뒤 폭발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이날 걸프해역 북부에서 미국 유조선을 공격해 화재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WSJ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세계 5위 산유국 이라크의 원유 생산량이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JP모건은 투자 노트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지속될 경우 이라크와 쿠웨이트 공급이 며칠 내 중단되고 최대 하루 330만 배럴의 공급이 차단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 시장 불안 확대…인플레이션·금리 전망 변화

유가 급등은 곧바로 인플레이션 우려로 이어졌다. WSJ에 따르면 미국 국채 금리는 이날 4거래일 연속 상승해 10년물 수익률이 4.1%를 넘어섰다, 이는 에너지 가격 상승이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로이터는 "중동 전쟁으로 유가가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과 경제 성장 둔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고 분석했다.

베어드 프라이빗 웰스 매니지먼트의 시장 전략가 마이클 안토넬리는 로이터에 "오늘 유가 움직임만 봐도 왜 증시가 하락하는지 알 수 있다. 시장은 이 분쟁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즈호증권의 스티브 리키우토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예상보다 강한 미국 경제 지표와 고유가가 맞물리면서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이 늦춰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LSEG 데이터에 따르면 시장은 연준의 0.25%포인트 금리 인하 시점을 7월에서 10월로 늦춰 예상하고 있다.

◇ 기술주 방어에도 시장 압박…AI 칩 규제 변수

이날 증시에서는 산업·소재·헬스케어 업종이 하락을 주도했으며 항공주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다만 일부 반도체주는 상승했다. 브로드컴은 내년 인공지능(AI) 칩 매출이 10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으며 주가가 약 3% 상승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AI 반도체 수출을 미국 승인 없이는 제한하는 규제 초안을 마련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엔비디아 등 일부 반도체 종목이 장중 압박을 받았다고 WSJ는 전했다.

◇ 백악관 물가 대응 고심…휘발유세 유예 검토

유가 급등이 정치적 부담으로 번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미국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은 참모들에게 휘발유 가격을 낮출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으며, 행정부는 휘발유세 일시 유예와 중동 에너지 인프라 보호를 위한 미군 활용 등을 논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미 해군 호위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으며, 미국 국제개발금융공사(DFC)에 해상 보험 및 보증 지원도 지시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에너지 가격 상승 압력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CFRA 리서치의 샘 스토벌 수석 투자 전략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모든 선박을 실제로 호위할 수 있을지 투자자들이 의문을 갖고 있다"며 "지금 시장이 보는 상황은 분명 좋지 않은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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