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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 통항 마비에 유가 급등...원유 70% 의존 한국 에너지 안보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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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6. 03. 02. 11:46

민간 선박 잇단 피격에 통항 70% 급감
호르무즈 통과 원유 80% 이상 아시아행
에너지 수입 의존도 높은 한국 경제 '퍼펙트 스톰' 경고
국제 유가 장중 13% 폭등, 달러 강세...원화 약세 압력
IRAN-CRISIS/TANKER-BLAST
호르무즈 해협과 이란이 보이는 지도로 2025년 6월 22일(현지시간) 찍은 일러스트레이션./로이터·연합
미국과 이스라엘이 2월 28일(현지시간)부터 이란을 공습하고, 이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해상 에너지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 통항을 사실상 봉쇄하면서 민간 선박을 공격하자 국제 유가와 금융시장이 격렬하게 요동치고 있다.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해협의 통항이 급감하면서 에너지·물류·금융 전반에 충격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특히 한국은 수입 원유의 약 70%와 천연가스 최대 30%를 호르무즈 해협이 위치한 중동 지역에 의존하고 있어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전력 공급과 제품 생산 및 수출 역량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UAE CONFLICTS
선박들이 1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해안에 정박해 있다./EPA·연합
◇ 호르무즈 '공포의 일요일'…민간 선박 피격 속 통항 70% 급감

1일 영국해사무역기구(UKMTO)와 오만 해양안전센터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최소 3건의 선박 피격 사례가 보고됐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선박 추적 플랫폼 마린트래픽(MarineTraffic) 데이터를 인용해 대다수 선박이 유턴하거나 우회해 호르무즈 해협 선박 통행량이 70% 급감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최소 150척의 유조선이 해협 양쪽에서 대기 중이라고 했고, 블룸버그통신도 유조선 통항이 거의 중단된 상태라고 전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다수 해운사가 불확실성을 이유로 해협 통과를 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리스타드 에너지의 호르헤 레온 지정학 분석 책임자는 로이터에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라며 하루 1500만배럴 규모의 공급 차질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IRAN-CRISIS/OIL
호르무즈 해협의 이란 해안과 케슘 섬 모습으로 2023년 12월 10일(현지시간) 찍은 항공 사진./로이터·연합
◇ 글로벌 자산 대혼란…브렌트 82달러 돌파…미 증시 선물 하락·금·달러 동반 강세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아시아 시장 개장 직후 브렌트유가 배럴당 82.37달러까지 치솟으며 1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FT는 브렌트유 가격이 아시아 시장이 열린 직후 한때 전일 대비 13%까지 급등했으며, 이후 상승 폭이 일부 줄어들어 9% 수준까지 조정됐다며 이번 급등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전했다.

로이터는 브렌트유가 7.5% 상승해 78.34달러,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7.3% 오른 71.88달러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WSJ는 미국 원유 선물이 장중 11% 급등해 배럴당 75달러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FT는 미국 뉴욕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및 나스닥100 선물이 1% 하락할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고, 블룸버그통신도 S&P500 선물이 1%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금 가격도 급등했다. FT는 금 가격이 2.6% 상승했다고 전했고, 로이터는 금이 1.5% 오른 온스당 5358달러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WSJ도 금 선물이 2% 이상 상승했다고 전했다.

다만 가상화폐 비트코인 가격은 6만5500달러의 박스권에 머물며 안전 자산으로서의 동조화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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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일본 도쿄(東京)의 한 증권사 모니터에 미국 달러화·유로화 대비 엔화 환율과 닛케이(日經)225 평균주가가 표시되고 있다./로이터·연합
◇ 달러 강세·원화 약세 압력…위험 회피 심리 확산

로이터는 달러가 유로 대비 0.4% 강세를 보였다고 전했다.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3.926%로 3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블룸버그는 한국이 공휴일로 현물환 시장이 휴장한 가운데 1개월물 달러·원 선물이 0.9% 상승했다고 전했다. 이는 원화 약세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FT는 안전 자산 선호 속에서 호주달러와 뉴질랜드달러가 각각 1%, 0.8%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증시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日經)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도 2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규모 이란 공습 여파로 개장 직후 급락했다.

◇ 1970년대 오일 엠바고 재현되나…유가 120달러 돌파 경고 확산

FT는 시장 재개 시 유가가 5~15%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로이터는 일부 분석가들이 유가가 100달러를 넘거나 12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WSJ는 영국계 글로벌 투자은행인 바클레이스가 이번 중동 충돌이 장기화될 경우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고 전했다.

미국의 투자은행이자 자산운용사인 에버코어는 유가가 100~120달러 수준으로 오르는 경우 단순한 상승을 넘어서는 다른 차원의 충격이라며 이런 수준의 급등은 인플레이션 기대를 다시 자극하고 글로벌 경제에 보다 구조적인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계 글로벌 에너지 컨설팅업체 우드맥킨지의 앨런 겔더 정제·석유화학·석유시장 담당 수석부사장은 1970년대 중동 석유 금수 조치를 거론하며 현재와 같이 공급 차질 우려가 큰 시장 구조에서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90달러 이상으로 상승하는 것도 충분히 현실적인 시나리오라고 말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 아시아 에너지 생명줄 위기…골드만 "중국 GDP 성장률 취약"...한국 원유 공급망 타격 가능성

FT는 2023년 기준 하루 1490만배럴의 원유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며 중국(500만배럴)·인도(190만배럴)·일본(170만배럴)·한국(170만배럴)·기타 아시아(220만배럴) 등 아시아 국가들이 주요 수요처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중국(38%)·인도(15%)·한국(12%)·일본(11%)·기타 아시아(14%) 등 아시아가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유가가 10% 상승할 경우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신흥시장 가운데 튀르키예에 이어 두번째로 취약한다고 분석하고, 이는 중국이 세계 최대 순수입 원유 국가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고 FT는 전했다.

이에 따라 이번 호르무즈 해협 위기는 아시아 경제, 특히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복합 충격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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