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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최고 상급심’ 되나…‘재판소원’ 본회의 처리 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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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채연 기자

승인 : 2026. 02. 25. 19:40

본회의장 자리 지키는 정성호 장관
국민의힘 조승환 의원이 25일 국회에서 열린 2월 임시국회 8차 본회의에서 3차 상법개정안에 대해 무제한 토론을 이어가는 가운데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를 듣고 있다./연합뉴스
여당이 '사법개혁 3법(법 왜곡죄·재판소원제·대법관 증원)' 처리를 강행하고 있다. 법안의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야당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맞서며 전면전을 예고했지만, 사실상 막을 방법은 없다. 재판소원제를 골자로 한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은 오는 27일 본회의 문턱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재판소원이 도입되면 대법원 확정판결도 헌법재판소(헌재)에서 다시 다툴 수 있게 된다. 헌재가 사실상 '최고 상급심' 역할을 하게 된다. 현재의 '수평적' 구조에서 대법원 위에 헌재가 서는 '수직적' 구조가 된다. 그렇게 되면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인 '권력 분산'과 '상호 견제'가 훼손될 위험이 크다. 국민은 4심제의 희망고문과 '소송지옥'에 빠질 거란 비판도 적지 않다. 대법원이 최후의 카드로 전국법원장회의를 소집했지만 이 역시도 '의견을 반영해달라'는 요청 외에 제동을 걸 현실적 수단은 마땅치 않다.

그간 법원의 확정판결을 뒤집는 방법은 재심 청구뿐이었다. 법원만이 법원 판결을 뒤집을 수 있는 셈이다. 재판소원이 시행되면 헌재가 법원의 확정판결을 뒤집을 수 있게 된다. 최종심의 기능을 헌재가 하게 되는 것이다. 법원을 최고법원으로 둔다고 명시한 헌법 조항과 배치돼 위헌 소지가 있다.

문제는 권한의 집중이다. 현재는 대법원이 재판의 최종심을, 헌재가 위헌 여부를 맡는 수평적 이원 구조로 서로 권한이 분산돼 있다. 이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인 상호 견제 장치로 기능해왔다. 재판소원이 도입돼 헌재가 최종 판단권까지 가져가면, 두 기관의 관계는 수평적 구조에서 사실상 수직적 구조로 재편된다. 권한이 한 축으로 쏠리면서 권력 분산의 균형이 약화된다. 상호 견제 기능이 더이상 불가능해진다. 무소불위의 권력 기관이 탄생할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

현실적인 부작용도 우려된다. 재판소원이 전면 허용되면 패소한 당사자들이 사실상 '한 번 더' 다투기 위해 헌재로 몰릴 가능성이 크다. 이미 장기화된 소송 구조 속에서 사건 적체가 심화되고, 이른바 '소송 지옥'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경고다. 헌재가 정치·사회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연이어 떠안게 되면서 정치적 부담도 크게 늘어날 수 있다.

그럼에도 여당은 별도의 보완 장치 없이 법안 처리를 밀어붙이고 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재판소원 도입 시 예상되는 사건 폭주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졸속으로 제도를 도입하는 게 문제"라며 "적법 절차 원칙에 위배돼 기본권을 침해한 확정 재판뿐만 아니라 검사의 불기소 처분에 대한 고등법원의 재정신청까지도 헌재로 밀려들어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차 교수는 "재판소원을 도입하는 독일, 스페인 등은 사실상 재판부가 2개라 헌재가 2개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나라들에서도 재판소원 폭주로 인해 사전 심리 절차를 매우 엄격하게 운영하고 있다. 그럼에도 재판지연이 심각하다는 비판을 받는다"며 "우리나라는 인력과 조직 측면에서 이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사건이 폭주할 거다. 특정 사건에만 먼저 재판소원을 도입해보고, 보완·확장하고, 궁극적으로 개헌을 통해 전원재판부를 늘리는 등 세심하게 제도를 준비하고 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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