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쟁 속 보안은 필요…정보 전달 방식은 숙제
지속 불가능한 리스크 직면…최소한의 투명성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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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는 그야말로 '숫자의 향연'이었다. 실적 시즌이 열리자 주요 기업들은 앞다퉈 '역대 최대' '호실적'을 내세운 성적표를 꺼내 들었다. 화려한 수식어만큼이나 주가도 출렁였고, 시장의 기대는 부풀어 올랐다. 하지만 그 숫자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풍경이 사뭇 달라진다.
아쉬운 점은 기록적인 실적을 이끈 계약의 핵심 조건이 대부분 베일에 싸여 있었다는 것이다. 비밀유지 조항(NDA)과 '글로벌 관행'이라는 명목 아래 세부 내용은 공개되지 않은 채, '초대형' '조 단위'라는 표현만 시장에 흘러나왔다. 정보는 제한되고, 실적 기대감은 높아져만 갔다. 그 간극에서 손해를 본 건 결국 '소액주주들'이었다.
알테오젠 사례는 이 구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코스닥 시가총액 1위로 글로벌 빅파마와의 계약으로 높은 기대를 한 몸에 받았지만, 머크(MSD)에 기술이전한 '키트루다 큐렉스'의 로열티율이 시장 예상을 크게 밑도는 2% 수준으로 알려지면서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최대 10억 달러의 마일스톤을 모두 수령한 이후에야 매출 연동 로열티를 받는 구조에서, 현재까지 확인된 수령액은 4000만 달러에 그친다. 계약 당시 시장이 그린 청사진과 현실 사이의 간극은 컸고, 그 거리만큼 투자자들의 기대도 되돌아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자유롭지 않다. 국내 최초로 연간 영업이익 2조원을 돌파한 성과는 분명 이정표다. 그러나 2024년 10월 발표한 '아시아 소재 제약사와의 초대형 CMO 계약' 상대방이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2025년 내부거래 규모는 2774억원으로 집계됐다. 법적 문제와는 별개로, 투자자들이 계약의 실질적 의미를 제대로 판단할 수 있었는지는 따져볼 문제다.
물론 제약바이오 산업의 특성상 수주 상대방 공개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경우도 있다. 계약 보안은 엄연한 산업 관행이고, 그 자체를 탓할 수만은 없다. 그러나 비공개를 방패 삼아 과도한 기대를 시장에 심는 방식까지 정당화될 수는 없다. 정보가 막힌 곳에서 투자자는 기업의 홍보성 언어에만 기댈 수밖에 없고, 그 결과는 어김없이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로 귀결된다.
K-바이오가 진정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려면 '역대'라는 수식어보다 먼저 필요한 것이 있다. 바로 주주와의 신뢰를 뒷받침할 최소한의 투명성이다. 화려한 기록은 한 해를 빛낼 수 있지만, 설명 가능한 성장만이 산업의 내일을 담보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