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사설] 조희대, 4심제 작심비판… 충분한 공론화 거쳐야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biz.asiatoday.co.kr/kn/view.php?key=20260212010004735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6. 02. 13. 00:01

조희대 대법원장, /연합
조희대 대법원장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11일 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재판소원 허용법'과 대법관 증원 법안을 작심 비판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2일로 예정됐던 이재명 대통령과 여야 대표 오찬 회동을 거부한 이유도 두 법안에 대한 여당의 입법 폭주였다. 정치적 쟁점을 넘어 위헌 논란까지 있는 사실상 '4심제 허용법안' 등을 여당이 다수 의석을 앞세워 일방 처리하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2개 법안 법사위 통과에 대해 "국민에게 엄청난 피해가 가는 문제이고 헌법과 국가에 큰 축을 이루는 것"이라며 "공론화를 통해 충분한 숙의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이전부터 재판소원 도입에 대해 위헌 소지가 있다며 줄곧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 10일에도 국회에 "재판소원은 고비용·저효율 제도로 국민의 권리구제보다는 희망 고문을 초래할 것"이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하기까지 했다.

헌법 101조에 '최고법원은 대법원'이라고 명시돼 있는데 재판소원 도입 시 헌법재판소가 대법원 확정판결을 뒤집을 수 있어 사실상 대법원의 상급심이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재판소원의 모델로 삼았다는 독일의 경우 헌법에 대법원이 아닌 헌재를 최고 사법기관으로 정하고 있어 우리나라와 사정이 전혀 다르다. 따라서 재판소원 도입은 국회의 헌재법 개정이 아니라 개헌을 거쳐야 할 사안이라는 주장에 설득력이 있다.

반면 헌재는 "재판이라는 공권력 행사가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 기본권을 침해했는 지 여부만 판단하는 것이므로 '4심제'가 아니다"라며 찬성 입장을 밝혔다. 헌재의 주장이 맞다고 하더라도 재판소원이 국민 기본권을 제대로 지켜줄지는 의문이다. 대법원 판결에 불복하는 사건 중 상당수가 헌재로 가면 재판기간과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결국 조 대법원장의 우려대로 변호사 비용 등을 대기 어려운 사회적 약자들만 피해를 볼 공산이 크다. 2024년 헌재에 접수된 사건이 2522건인데 재판소원이 도입되면 매년 1만2000건이 헌재로 넘어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9인 체제인 현재 헌재의 인력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 문형배 전 헌재소장 권한대행조차 "신속 재판을 위해 대법관을 늘리자면서 재판을 더 늦출 수 있는 재판소원을 도입하자는 것은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3대 사법개혁안(대법관 증원·재판소원·법왜곡죄)을 이달 안에 국회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사법부 장악' 법안이라고 강력히 반발한다. 야당 일각에선 이재명 대통령의 퇴임 후 사법리스크를 털어내기 위한 의도가 있다는 의심의 눈초리까지 보내고 있다. 대법원과 헌재라는 두 개 헌법기관의 의견이 극명하게 대립하는 만큼 공론화 과정을 더, 그리고 충분히 거쳐야 한다. 이 대통령이 진정으로 여야 협치를 원한다면 여당이 법안을 강행 처리할 경우 거부권을 행사하는 게 옳다.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