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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파의 변신’ 케빈 워시 연준 의장 지명… 트럼프 “실망시키지 않을 적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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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6. 01. 30. 23:52

발표 직후 달러 강세·금값 하락
시장, '상대적 매파'와 금리 인하 사이 고심
영란은행 개혁 이끈 '독립 보고서' 저자
연준 대차대조표 축소 통한 새로운 통화 질서 예고
12인 위원회서 워시의 영향력 한계
(FILE) BRITAIN USA ECONOMY WARSH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회 차기 의장 후보자로 지명한 케빈 워시(55) 전 연준 이사가 2014년 12월 11일 영국 런던의 영란은행에서 보고서 발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EPA·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회 차기 의장 후보자로 케빈 워시(55) 전 연준 이사를 공식 지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플랫폼 트루스소셜을 통해 "케빈 워시를 연준 의장(CHAIRMAN OF THE BOARD OF GOVERNORS OF THE FEDERAL RESERVE SYSTEM)으로 지명함을 기쁜 마음으로 발표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명 사실과 함께 워시에 대한 강한 신뢰와 기대를 드러냈다. 그는 "나는 케빈을 오랫동안 알고 지냈으며 그가 위대한 연준 의장 중 한 명, 아마 최고의 연준 의장이 될 것으로 의심치 않는다"고 평가했다. 이어 "무엇보다 그는 '적임자(central casting)'이며, 여러분을 절대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발표는 제롬 파월 현 연준 의장의 임기가 오는 5월 종료를 앞둔 시점에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파월 의장을 향해 대폭적인 금리 인하를 공개적으로 요구해 왔고, 이를 따르지 않자, 비판 수위를 높여 왔다. 워시 지명은 이러한 갈등 국면에서 나온 인사 결정으로, 시장과 의회에서는 연준의 독립성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Federal Reserve Kevin Warsh Profile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회 차기 의장 후보자로 지명한 케빈 워시(55) 전 연준 이사가 2014년 12월 11일 영국 런던의 영란은행에서 보고서 발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AP·연합
◇ 트럼프 지명 차기 연준 의장에 트럼프, '적임자' 워시 낙점... 연준 대전환 예고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 게시물에서 워시 후보자의 학력과 경력을 비교적 상세히 소개했다. 워시는 현재 미국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의 셰퍼드 패밀리 경제학 석좌 방문연구원이자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강사(Lecturer)로 재직하고 있다. 또 억만장자 투자자 스탠리 드러켄밀러와 함께 듀케인 패밀리 오피스(Duquesne Family Office LLC)의 파트너로 일하고 있다고 트럼프 대통령은 밝혔다.

그는 스탠퍼드대에서 학사, 하버드대 로스쿨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워시가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에 통화정책 운영 개혁을 제안하는 '독립 보고서'를 제출했고, 영국 의회가 해당 권고안을 채택했다고도 강조했다.

USA-TRUMP/FEDERAL RESERVE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회 차기 의장 후보자로 지명한 케빈 워시(55) 전 연준 이사가 2025년 7월 8일 미국 아이다호주 선밸리에서 열린 '앨런 앤 컴퍼니 선밸리 미디어·기술(Allen and Company Sun Valley Media and Technology )' 컨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선밸리 리조트에 도착하고 있다./로이터·연합
◇ 최연소 연준 이사에서 '쿠팡' 사외이사까지...9년 만의 화려한 '컴백'

워시는 2006년 35세의 나이로 최연소 연준 이사가 돼 2011년까지 재임했다. 그는 주요 20개국(G20) 연준 대표, 아시아 신흥·선진국 특사를 맡았고, 연준 이사회 운영과 인사, 재무 성과를 관리·감독하는 행정 담당 이사 역할도 수행했다.

연준 이사 이전에는 2002~2006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사무국장과 대통령 경제정책 특별보좌관을 지냈다. 이에 앞서 워시는 뉴욕 모건스탠리의 인수합병(M&A) 부서에서 부사장 겸 임원으로 활동했다.

아울러 워시는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연준 의장으로 선택하지 않았던 인물로, 이번 지명은 '컴백(comeback)'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블룸버그통신과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보도했다. 또한 그는 과거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과 관련해 자문을 해온 인물이라고 블룸버그·WSJ는 전했다.

블룸버그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워시는 2019년 10월부터 한국 전자상거래 기업 쿠팡의 미국 상장 법인인 쿠팡 아이엔씨(Coupang Inc.) 사외이사로 활동해 왔다.

그는 쿠팡 이사직 수행에 따른 보상으로 쿠팡 주식도 상당 규모 보유하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에 따르면 워시는 지난해 6월 기준 쿠팡 주식 47만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29일 종가 기준으로 이는 약 940만달러( 130억원)에 해당하는 규모다.

워시의 장인인 로널드 로더는 화장품업체 에스티로더 가문 상속인이자 트럼프 대통령의 와튼 스쿨 동문으로 정치자금 후원자로 알려져 있다고 블룸버그·뉴욕타임스(NYT) 등이 전했다. 미국 경제 매체 포브스 추산에 따르면 워시의 아내인 제인 로더(53)의 재산은 30일 기준 약 27억달러(약 3조9000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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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회 의장이 28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연준 본부에서 기준금리 동결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로이터·연합
◇ 주요 매체 평가 엇갈려…'재발명' vs '독립성 시험대'

블룸버그는 워시를 '재발명된(Reinvented)' 인물로 평가했다. 과거 인플레이션 매파(inflation hawk)였던 그가 최근에는 금리 인하를 공개적으로 주장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다만 기준금리는 12명으로 구성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다수결로 결정되는 만큼, 워시 지명이 즉각적인 정책 변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블룸버그는 선을 그었다.

NYT는 이번 인선을 트럼프 행정부의 지속적인 압박 속에서 연준 독립성이 시험대에 오른 사건으로 평가하면서 연준 의장이 영향력은 크지만, 금리를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절대적 통제자'는 아니며, 정책은 12인 위원회에서 결정된다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도 연준이 28일 기준금리를 3.5~3.75%로 동결했다며 워시 지명이 당장 금리 경로를 바꾸는 결정은 아니라고 전망했다.

WSJ는 연준 내부가 추가 금리 인하 여부를 두고 분열돼 있다고 전했다. 일부 연준 인사들은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2% 목표를 상회하는 상황에서 추가 인하에 불안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WSJ는 워시가 관세로 인한 물가 상승, 인공지능(AI)의 경제적 영향, 디지털 통화의 부상 등 현대에 전례가 거의 없는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FT는 워시가 월가에서 '잘 평가받는(well regarded) 인물'로, 그의 지명이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압박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일부 완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워시가 주장해 온 연준 대차대조표 축소(balance sheet reduction)는 트럼프 대통령의 저금리 요구와 충돌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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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가 진행 중인 미국 워싱턴 D.C.의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본부로 12일(현지시간) 찍은 사진./로이터·연합
◇ 인준전 돌입, 연준 독립성·DOJ 수사 최대 변수...시장, '신중한 안도'

미국 의회의 반응은 엇갈렸다. 톰 틸리스 공화당 상원의원(노스캐롤라이나주)은 워시를 통화정책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갖춘 자격 있는 지명자로 평가했다. 다만 그는 법무부(DOJ)가 파월 의장의 2025년 의회 증언과 관련해 진행 중인 조사가 완전히 투명하게 해결될 때까지는 워시 지명을 지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매사추세츠)은 워시 지명이 연준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며 그가 백악관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에 의문을 제기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지명 소식 직후 달러는 강세를 보였고, 금 가격은 하락했으며 미국 장기 국채 금리는 상승했다. 시장에서는 워시를 다른 후보들보다 상대적으로 매파적일 수 있는 인물로 인식하면서도, '극단적 선택은 아니다'라는 안도감도 나타났다고 로이터·블룸버그는 전했다.

워시 후보자는 상원 인준을 통과해야 한다. 청문회에서는 △ 연준 독립성 유지 여부 △ 대통령의 금리 인하 압박에 대한 대응 △ 과거 매파에서 금리 인하 주장으로 이동한 변화의 진정성 △ 파월 의장을 둘러싼 DOJ 조사라는 정치적 변수 등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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