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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압구정 “해외파” 외칠 때 목동은 “국내파 설계사”…5만호 재건축 ‘K-하이패스’로 속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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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빈 기자

승인 : 2026. 01. 30. 07:00

서울 핵심지 ‘압·여·목·성’…설계 전략서 미묘한 ‘온도차’
압구정·성수는 글로벌 건축가…목동은 국내 대형 설계사 선호
목동, ‘미니 신도시급’ 동시다발 재건축…”속도·안정성 방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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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천구 목동 아파트 단지들 모습./연합뉴스
서울 핵심지이자 대규모 재건축·재개발이 진행 중인 이른바, '압·여·목·성(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동)'의 정비사업 초기 흐름에 미묘한 전략 차이가 감지된다. 조(兆) 단위 사업비가 투입되는 압구정 재건축 단지와 성수 재개발 지역에서는 글로벌 무대에서 활동해 온 해외 건축설계사를 전면에 내세우는 흐름이 뚜렷한 반면, 5만가구 규모의 재건축이 추진되는 양천구 '목동'에선 국내 설계사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어서다.

물론 국내 설계사를 선정했다고 해서 해외 설계사의 참여 가능성이 완전히 차단된 것은 아니다. 다만 이러한 설계 초기 전략적 차이는 각 사업지의 성격과 목표 설정에서 비롯됐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목동의 경우 신시가지 중심으로 14개 단지가 동시다발적으로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는 만큼, 사업의 완성도뿐만 아니라 안정성과 신속성을 위해 복잡한 행정 과정을 원활히 소화할 수 있는 '토종 설계사' 중심으로 파트너를 선정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재건축 이후 약 5만가구 규모의 대규모 신축 주거지로 탈바꿈할 예정인 목동신시가지 14개 단지 가운데 절반에 달하는 7개 단지가 이미 국내 대형 설계사 선정을 마쳤다.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나우동인건축사사무소, 건원건축 등 국내 정비사업 시장을 이끌어온 주요 설계사들이 목동 재건축의 밑그림을 그려나가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4단지 나우동인 △6단지 해안건축 △9단지 건원건축 △10단지 나우동인 △12단지 희림건축 △13단지 에이앤유건축 △14단지 희림·나우동인·가람건축 컨소시엄 등이 각각 국내 유수 설계사를 파트너로 낙점했다. 또 설계사 선정이 임박한 5단지 역시 △희림건축 △에이앤유·삼우건축 컨소시엄 △해안건축 등 최상위 설계사들의 3파전 구도가 형성돼 있다.

이는 서울 핵심 정비사업지 전반에서 확산 중인 '글로벌 설계 경쟁' 흐름과는 다소 다른 모습이다. 압구정, 용산, 성수 일대에서는 해외 유명 건축가를 앞세운 수주 전략이 이미 정착 단계에 접어든 것이다.

실제 영국의 헤더윅 스튜디오는 지난해 9월 현대건설이 수주한 서울 강남구 압구정2구역 재건축 설계를 맡았다. 여의도 대교아파트 또한 정비업계 최초로 국제 설계 공모를 진행해 헤더윅 스튜디오를 설계업체로 선정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수주한 용산구 한남4구역 재개발 사업지 또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본사를 둔 글로벌 설계 그룹 유엔스튜디오가 설계를 맡았다.

최근 수주전에서도 이러한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대우건설은 성수전략정비구역 4지구 입찰을 앞두고 구조·조경 분야에서 글로벌 전문 기업들과 협업을 예고했고, GS건설 역시 성수1지구 재개발 수주를 위해 해외 설계진 참여를 알렸다.

다만 업계에서는 목동의 국내파 설계사 선호 현상을 단순한 비용 절감이나 설계 품질 후퇴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국내 설계사들의 설계 경쟁력 역시 글로벌 설계사에 뒤지지 않는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필요에 따라 해외 설계사와의 협업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오히려 목동 재건축은 사업지의 구조적 특성에 맞춘 전략적 선택에 가깝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압구정·성수 등이 '도시의 얼굴'을 새로 만드는 랜드마크 프로젝트 성격을 띤다면, 목동은 수만 가구가 동시에 움직이는 대규모 주거 재편 사업이라는 점에서다. 개별 단지의 상징성보다 전체 사업의 완주력과 일정 관리 능력이 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목동은 한 단지의 일정 지연이 인접 단지로 연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라며 "이 때문에 초기 설계 단계에서는 인허가 대응과 정비사업 경험이 검증된 국내 설계사가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향후 사업이 구체화될수록 단지별 차별화 요구가 커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글로벌 설계와의 전략적 협업도 자연스럽게 논의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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