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인1표제' 재추진 의지를 밝히면서 당헌·당규 개정이 현실화될지 주목된다. 최근 지방선거 공천헌금 의혹으로 당원 주권주의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1인1표제' 도입 명분에 힘이 실리자, 정 대표가 곧바로 행동으로 나선 상황이다. 다만 여전히 숙의가 필요하다는 당내 목소리가 우세한 만큼 제도화를 예단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11일 원내대표·최고위원 보궐선거가 끝난 직후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를 재추진한다. '1인1표제' 당헌·당규 개정안이 지난달 중앙위원회 최종 의결 단계에서 부결되고 약 한 달 만에 다시 추진되는 것이다. '1인1표제'는 대의원 1표가 권리당원 20표 가치를 지니도록 하는 대의원제를 없애고, 모두가 1표만 행사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정 대표의 핵심 공약 중 하나다.
정 대표가 잠정 보류했던 '1인1표제' 도입을 다시 끄집어낸 정치적 배경에는 당이 처한 최대 악재인 공천헌금 의혹이 있다. 과거 공천 과정에서 소수의 대의원이 많은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 이 같은 비리의 시발점이 됐다는 해석이다. 당내 비위 논란이 '1인1표제' 도입 명분이 된 셈이다.
올해 지방선거 공천 체계를 전면 개편한 것도 사실상 같은 문제 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상무위원 100% 투표로 기초·광역 비례대표 후보를 결정했던 기존 규칙을 깨고, 광역 후보 경선을 권리당원 100% 투표로 진행하도록 했다. 기초비례의 경우 상무위원 50%, 권리당원 50% 방식으로 개편했다.
정 대표는 지난 3일 페이스북에서 "정치가 민주적일수록 부정과 비리는 사라진다. 정치적 의사결정 권한을 소수에서 다수로, 다수에서 전체 구성원으로 돌려주는 것이 민주주의 기본 원리다"며 "이는 제가 '1인1표제'를 십 수년 전부터 주장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의지에 힘입어 '1인1표제'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오른 만큼, 정치권에선 당헌·당규 개정안이 이번 중앙위에선 가결될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강원, 영남 등 당원수가 적은 지역들은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한 우려가 있었는데, 당에서 TF를 구성해 보완 대책 등을 마련하고 있다. 이러한 논의와 같이 간다면, 이번엔 가결되는데 어려움은 없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당내에서는 "이재명 정부 성공보다 '1인1표제'가 앞서는 것이냐"는 우려의 목소리와 함께 "여전히 숙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헌·당규 개정안이 또다시 부결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유동철 부산 수영지역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1인1표제'가 중요하지만 내란 청산과 국민주권정부 성공보다 우선인 이유는 무엇인가"라며 "당권 경쟁에서 벗어나 이재명 정부 성공을 위해 경쟁해야 한다. 당권 경쟁 도구로 '1인1표제'를 이용한다는 오해를 받지 않도록 충분한 토론과 숙의 과정을 통해 전 당원 투표로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