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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NYT)는 5일(현지시간) 분석 기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번 군사 개입이 러시아와 중국에 새로운 전략적 공간을 열어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격 직후 베네수엘라가 "외국의 적대 세력을 숨겨주고 있었다"며 "서반구에서 미국의 지배력은 다시는 의심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발언은 마두로 정권과 밀착해 온 러시아와 중국을 겨냥한 경고로 해석됐지만, 동시에 두 나라가 공감할 수 있는 논리도 담고 있다는 평가다. '자기 영향권(backyard)'에서는 힘을 써도 된다는 메시지가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국제 규범보다 힘과 거래를 앞세운 외교 노선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동맹과 적대국 모두에 불확실성을 안겼다고 분석했다. 필요하다면 무력을 통해 질서를 재편할 수 있다는 신호가 세계에 전달됐다는 것이다.
브루킹스연구소의 러시아 전문가인 피오나 힐은 "미국이 자기 뒷마당에서 공격적으로 행동할 권리가 있다면, 러시아나 중국도 왜 안 되느냐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백악관에서 유럽·러시아 담당 고위직을 지냈다.
힐은 2019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문제에서 미국이 물러난다면 베네수엘라에서 마두로 정권 지지를 철회할 수 있다는 '지정학적 교환'을 비공식적으로 시사한 적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러시아는 이를 공식 확인하지 않았지만, 러시아 국영 언론은 베네수엘라 문제를 둘러싼 심각한 이견이 존재했다고 전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행이 "모든 것이 거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강화하면서, 러시아가 이런 구상을 다시 시도할 여지를 키웠다고 분석했다.
현재 러시아와 중국은 미국의 베네수엘라 공격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도, 군사적 대응이나 동맹 방어를 약속하지는 않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서 두 나라는 마두로 대통령과 그의 부인의 석방을 요구하고, 미국의 추가 군사 행동 중단을 촉구했다.
중국 외교 당국은 "어느 나라도 세계의 경찰처럼 행동할 수 없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고, 러시아 측은 미국을 '세계 헌병'에 빗대 비판했다. 다만 러시아 내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을 일정 부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전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 언론 인터뷰에서 "트럼프와 그의 팀은 자국의 국익을 단호하게 지키고 있다"며, 라틴아메리카를 미국의 '뒷마당'으로 규정하는 논리를 언급했다.
이는 러시아와 중국이 그동안 베네수엘라에 쏟아온 막대한 정치·군사·경제적 투자를 감안하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러시아는 과거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폭격기를 베네수엘라에 전개했고, 중국은 지난 수십 년간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며 전략적 관계를 강화해왔다.
그럼에도 최근 러시아와 중국 모두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했을 때의 비용과, 그를 달래며 얻을 수 있는 실익을 저울질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유리한 결과를, 중국은 수출 통제 완화와 남중국해에서의 행동 여지를 각각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퉁자오는 "러시아와 중국 모두 트럼프 대통령을 활용해 더 중요한 자국 이익을 얻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NYT는 특히 미국이 국제 규범을 무시한 선례가 향후 대만 문제 등에서 중국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활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스스로가 규칙을 깨는 모습을 보이면서, 러시아와 중국에 가해지던 도덕적·외교적 압박이 약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베네수엘라 개입이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힘을 과시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국제 질서를 더욱 불안정하게 만드는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