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9년 아역배우로 은막 데뷔…69년간 170여편 출연
스크린쿼터 운동 등 주도해 많은 영화인들의 귀감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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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기 배우 장례위원회는 이날 오전 9시 쯤 안성기가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병원 중환자실에서 아내 오소영 씨와 두 아들 다빈·필립 씨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졌다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자택에서 음식물이 목에 걸린 채 쓰러져, 중환자실에 의식불명 상태로 입원한 지 6일 만이다.
2019년부터 혈액암과 싸워온 안성기는 이듬해 완치 판정을 받았지만 다시 검진받는 과정에서 암 재발이 확인됐고, 2022년 언론 인터뷰를 통해 투병중인 사실을 공개했다. 2023년에는 제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식에 박중훈·최민식과 함께 참석하는 등 공식석상 나들이로 연기 재개 의지를 알리기도 했다.
1950년에 태어났지만 전쟁으로 출생신고가 늦어져 주민등록상 1952년생이 된 고인은 1959년 고(故) 김기영 감독의 '황혼열차'로 데뷔했다. 영화 제작자였던 부친 안화영 씨와 친구인 김 감독의 권유로 출연한 이 영화에서 얼마전 작고한 고(故) 김지미와 함께 연기했다. 이후 미국 샌프란시스코 영화제 특별상을 안겨준 '십대의 반항' 등 10여 년간 70여 편의 작품에 이름을 올렸으나, 동성고에 진학하면서 연기를 중단했다. 이 시기 '가왕' 조용필이 경동중 같은 반 친구였다는 사실이 훗날 공개돼 많은 화제를 뿌렸고, 이들은 방송과 훈장 수여식 등에서 진한 우정을 과시하기도 했다.
고교 졸업 후 한국 외국어대 베트남어학과에 진학한 안성기는 학군사관후보생(ROTC)으로 병역을 마친 뒤 무역 상사 취업 등 샐러리맨 생활을 꿈꿨지만, 베트남전 종전으로 여의치 않자 다시 배우로 눈을 돌렸다. 운동과 영화 감상, 시나리오 집필 등을 병행하며 연기 재개를 준비한 끝에 아버지가 기획한 1977년작 '병사와 아가씨들' 등 두 어 편의 작품으로 복귀 신고식을 치렀지만, 영화계와 대중의 시원치 않은 반응에 낙담했다.
그가 좌절을 딛고 '국민 배우'로 시동을 건 작품은 이장호 감독의 1980년작 '바람불어 좋은 날'이다. 극중 부잣집 딸에게 연정을 품는 중국음식점 배달원 '덕배' 역을 호연한데 이어, '만다라' '꼬방동네 사람들' '어둠의 자식들' '안개마을' 등이 연달아 주목받으면서 대중에게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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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은 2010년대로 들어서면서 조연으로 한 걸음 물러선 뒤에도 2012년작 '부러진 화살'에서 주인공을 맡아 건재를 과시하는 등, 198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각종 영화제의 주조연상을 내리 휩쓸 만큼 투병 전까지 왕성하게 활약했다. 유작은 '이순신'(김윤석)을 보좌한 '어영담' 역으로 특별 출연했던 2023년작 '노량: 죽음의 바다'이며, 69년간 모두 170여 편의 영화를 남겼다.
안성기는 이처럼 쉴 새 없이 바쁘게 활동하는 와중에도 한국 영화계를 위한 일이라면 따뜻한 인품으로 어떤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아 많은 영화인들의 귀감이 됐다. 한국영화배우협회 이사장과 스크린쿼터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등을 역임하며 영화계 권익 보호에 앞장섰고,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친선대사와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장 등을 맡아 선행과 후진 양성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2013년 대중문화예술 분야 최고 영예인 은관문화훈장을 목에 걸었고, 2024년에는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으로 선출됐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고, 장례는 신영균예술문화재단과 한국영화배우 협회가 주관해 영화인장으로 치러진다. 발인은 9일 오전 6시로 이병헌·이정재·정우성 등 후배 연기자들이 운구를 맡으며, 장지는 양평 별그리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