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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테가 베네타가 2023년 '보테가 포 보테가스'에 그를 선정한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에르메스와 샤넬 역시 그에게 접촉할 만큼, 리기태의 작품성은 유럽 명품 브랜드들이 추구하는 장인정신의 본질과 맞닿아 있다.
19세기 조선의 방패연 제작 기법을 유일하게 계승한 그는 거칠게 결을 드러낸 닥나무 한지, 3년을 묵혀 숙성시킨 분죽 대나무, 면실이 엮어내는 긴장의 선들로 창작성과 예술성, 과학성이라는 삼위일체를 완성했다. 대한민국 마지막 남은 조선시대 유일의 전통연인 방패연 원형기법 보유자이다.
전 세계 갤러리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그의 작품은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고, 아름답되 겸손하며, 찬란하되 고요하다. 이 역설적 조화야말로 리기태가 도달한 새로운 정점이다.
파리 케 브랑리국립박물관, 카타르 이슬람 박물관, 카이로 오페라하우스가 그의 작품을 소장했으며, 보테가 베네타가 그의 작품 200여 점을 소장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태국 공주, 첼리스트 요요 마가 그의 연을 소유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리기태의 작품은 단순한 민속 공예를 넘어 '하늘과의 대화'라는 철학적 명제를 담고 있다. 대나무와 한지로 빚어낸 그의 연은 바람을 타고 오르며, 물질과 정신, 전통과 현대가 조우하는 순간을 포착한다.
유럽이 그를 발견한 것은 럭셔리의 본질에 대한 재해석이었다. 손에서 손으로 전승되는 지식, 천연과 화학의 절묘한 균형, 그리고 시간이 빚어낸 예술적 완성도. 리기태는 한국 전통의 수호자이자, 세계가 인정한 현대 예술가로서 하늘을 향한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2025년 7월, 케 브랑리국립박물관이 소장 계약을 체결한 이 '황금운용' 가오리연은 리기태가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역작이다. 현재 박물관에서 전시 중이다. 그는 전통 방식에 따라 목욕재계하고 귀신처럼 자정을 넘겨 새벽 닭이 울 때까지 작업에 몰두했다. 더하거나 빼지 않고 오직 달빛에 구워 완성한 이 작품은, 한국 전통 민속연의 정수를 보여준다.
이양원 화백(전 동덕여자대학교예술대학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