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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노소영 이번주 파기환송심… ‘노태우 비자금’ 실체 드러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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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채연 기자

승인 : 2026. 01. 04. 18:01

'세기의 이혼소송' 9일 첫 변론기일
대법, 위자료 20억원 원심 확정
노소영 '경영 기여분'이 핵심 쟁점
어느쪽 손들든 비자금 환수 명분 ↑
최태원 SK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연합
최태원 SK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세기의 이혼 소송' 파기환송심이 이번 주 본격화한다. 항소심에서 결정된 1조3808억원이라는 역대 최대 규모의 재산분할이 대법원에서 뒤집히면서 액수는 상당 규모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대법원은 핵심 쟁점이었던 '노태우 비자금'에 대해 뇌물로 조성된 불법 자금으로, 이를 재산분할에서 노 관장의 기여로 참작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파기환송심은 비자금 부분을 배제하고, 노 관장의 재산 기여분을 다시 산정하게 된다.

그러나 이들의 이혼소송과는 별개로 전직 대통령 일가의 '검은돈'이 수면 위로 드러나며 국민적 공분이 거세지고 있다. 본래 국가에 환수됐어야 할 불법 자금이 사적 이익의 수단으로 활용돼 어느 쪽이 승소하든 결국 개인의 주머니로 들어간다는 비판이다. 국고 환수를 위해 사실심인 파기환송심에서 비자금의 규모, 조성 과정, 유입 경로 등의 구체적 사실 판단을 내려줘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결국 노 관장이 재산분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꺼내든 '노태우 비자금' 카드가 국고 환수 논란으로 번지면서 최 회장과 노 관장 어느 한쪽도 웃을 수 없는 '딜레마'에 봉착했다는 평가다.

서울고법 가사1부(이상주 부장판사)는 오는 9일 대법원이 파기환송한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첫 변론기일을 연다.

지난해 10월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상고심에서 공동재산 중 35%(1조3808억원)의 재산분할을 인정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위자료 20억원에 대해선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 사건의 최대 쟁점은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이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되느냐다. 1심은 SK㈜ 주식은 최 회장이 선친인 최종현 SK 선대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으로 노 관장과 나눠 가질 필요없는 특유재산으로 판단했다. 특유재산은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과 혼인 중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으로 원칙적으로 재산분할 대상이 아니다. 이에 최 회장이 재산 분할금 665억원과 위자료 1억원을 노 관장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2심은 SK㈜ 주식을 분할 대상인 부부 공동재산으로 인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SK그룹이 1992년 태평양증권을 인수할 당시 전달됐던 노태우 비자금이 SK그룹 성장의 토대가 됐다고 판단했다. 이에 SK㈜ 주식에 대한 노 관장의 유·무형적 기여를 인정해 공동재산의 35%에 해당하는 1조 3808억원이라는 역대 최대 규모의 재산분할액을 산정했다. 위자료에 대해서도 최 회장의 지속적·고의적 유책 행위로 인한 정신적 손해를 전보해야 한다며 20억원으로 대폭 증액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2심 판단의 근거가 된 노태우 비자금이 불법 자금인 만큼 법적 보호 가치가 없어 설령 비자금이 SK측에 전달됐다 하더라도 재산분할에서 노 관장의 기여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노 전 대통령이 최종현 선대회장에게 300억원 정도의 금전을 지원했다고 보더라도 이 돈의 출처는 노태우가 대통령으로 재직하는 동안 수령한 뇌물로 보인다"며 "노 전 대통령이 뇌물의 일부로서 거액의 돈을 사돈 혹은 자녀 부부에게 지원하고 이에 관해 함구함으로써 국가의 자금 추적과 추징을 불가능하게 한 행위는 선량한 풍속 그 밖의 사회질서에 반하고 반사회성·반윤리성·반도덕성이 현저해 법의 보호영역 밖에 있다"고 판시했다. 불법의 원인으로 재산을 급여한 때엔 그 이익의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고 규정한 민법 746조가 대법원 판결의 근거가 됐다.

이에 사건을 다시 재판할 서울고법은 대법원 판단을 반영해 노 관장 기여분을 새로 산정해야 한다. 노태우 비자금이 재산분할 근거에서 배제되면서 재산분할액은 상당 폭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파기환송심은 사실관계를 다투는 사실심이기 때문에 노태우 비자금의 실체가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 원심의 법리적 쟁점만을 심리하는 법률심인 대법원은 비자금의 존재 여부에 대해선 명확한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비자금 국고 환수에 대한 국민적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만큼 법원이 비자금이 존재했는지, 그 자금이 어떻게 조성되고, 실제 SK측에 전달됐는지를 놓고 본격적인 검토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한 형사 전문 변호사는 "비자금 전달 시점이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제정 전이고 공소시효가 이미 지나 환수는 사실상 어려워보인다. 다만 노 관장이 이를 민사 재판에 끌고 왔고, 2심에서 이를 인정했다"며 "이혼소송을 떠나 노 관장이 비자금은 아버지 재산이라고 주장한 만큼 이는 몰수 처분이 필요하다고 본다. SK 측으로 흘러들어간 자금이 있다면 이 역시도 환수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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