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앞세운 中업체 경쟁도 심화
ESS·비용 효율화 체질전환 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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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국내 주요 배터리 기업들은 계약 취소와 투자 조정 등 악재성 공시를 연이어 내놓았다.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전기차 규제가 완화되거나 속도 조절에 들어간 것이 배경으로 지목된다.
완성차 업체들이 전동화 일변도의 전략에서 하이브리드(HEV)와 내연기관 병행 전략으로 선회하면서, 배터리 수요 전망도 당초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이에 따라 배터리 업계 역시 증설 계획과 투자 규모를 재검토하는 분위기다.
가장 큰 충격은 LG에너지솔루션이다. 지난해 말 한 달 사이 총 13조5000억원 규모의 계약이 취소됐다고 공시했다.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와 체결했던 약 9조6000억원 규모의 배터리 공급 계약이 해지됐고, 미국 배터리팩 제조사 프로이덴베르크배터리파워시스템(FBPS)과의 3조9217억 원 규모 계약 역시 취소됐다.
두 계약 모두 북미 전기차 시장 확대를 전제로 체결됐으나, 완성차 업체의 전략 수정과 수요 둔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LG에너지솔루션뿐만 아니라 다른 배터리 기업과 소재 업체들도 보수적인 기조로 돌아섰다. SK온은 일부 국내 공장의 투자 규모를 기존 계획 대비 축소하거나 집행 시점을 늦추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특히 SK온은 서산 2·3 공장 시설 투자 금액을 기존 1조7534억원에서 9363억원으로 정정하고 투자 종료 시점도 지난해 12월 31일에서 올해 12월 31일로 연기했다. 이는 투자 규모와 시기를 조절한 것이다.
양극재를 비롯한 배터리 소재 기업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포스코퓨처엠은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2023년부터 맺은 13조7697억원의 전기차용 하이니켈 양극 소재 중장기 공급계약 금액 가운데 실제 집행된 금액은 2조8112억원에 불과하다고 공시했다. 엘앤에프도 테슬라와 체결한 하이니켈 양극재 계약 규모가 3조8347억원에서 937만원으로 조정됐다고 공시했다. 이는 계약이 무산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업계에서는 올해 역시 배터리 산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쉽지 않다는 전망이다. 특히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중국 배터리 기업들과의 경쟁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업체들이 유럽 완성차 업체들과 협력을 확대할 경우, 국내 배터리 기업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 따라 '프리미엄 기술력'과 함께 '가성비 전략'이 동시에 요구되는 국면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 주요 배터리 기업들의 전략은 전력용·산업용 ESS 수주 확대를 통해 전기차 부문에서 발생한 공백을 보완할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미시간 공장에서 ESS용 LFP 배터리 양산에 들어갔고, SK온은 서산 2공장의 일부를 ESS용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삼성SDI도 미국에서 ESS용 LFP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합작공장 일부 라인을 ESS용으로 전환하는 등 체질 전환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배터리 업계는 단기 조정이 아니라 구조적인 전략 재편 국면에 들어섰다"며 "전기차 수요 회복을 마냥 기다리기보다는 ESS, 비용 효율화, 고객 다변화 등 현실적인 출구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