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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적 금융’ 강조했지만…작년 5대銀 기업대출 증가율 ‘반토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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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욱 기자

승인 : 2026. 01. 04. 18:20

5대銀 기업대출 증가율 2%대…생산적 금융 전환 속도 더뎌
대기업 대출만 7%↑…중소기업 1%대·자영업자대출은 감소
당국 기업대출 확대 압박 예고…은행권 “위험가중치 완화 필요”
대출상담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대출상담 창구 모습./연합
5대 은행의 기업대출 증가율이 전년 대비 절반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대출이 7% 넘게 늘어나는 동안 중소기업 대출은 1% 증가하는데 그쳤고, 자영업자 대출은 오히려 감소했다. 정부가 시중자금의 물꼬를 기업으로 돌리는 '생산적 금융 전환'을 강조했음에도 중소기업, 자영업자 대출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 결과다. 은행들이 건전성과 CET1(보통주자본)비율 관리를 위해 우량한 대기업 대출을 우선시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올해 정부의 기업대출 확대 압박은 한층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권은 기업대출 확대라는 정책 방향에 공감하면서도, 적극적인 대출 공급을 위해서는 위험가중치 하향 등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해 12월 말 기업대출 잔액은 844조725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말(820조6226억원)보다 2.94%(24조1028억원) 증가한 수치다. 지난 2024년 한 해 동안 기업대출이 6.95%(53조3087억원) 늘었던 것과 비교하면 증가폭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이다.

기업대출 증가세는 상·하반기별로 엇갈린 흐름을 보였다. 고금리·고물가 여파로 한계기업이 늘어나며 은행들이 건전성 관리에 나섰던 상반기에는 기업대출 잔액이 9조1158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후 6월 출범한 새 정부가 고강도 가계대출 규제와 함께 부동산에 집중된 자금을 첨단 산업·기업 대출로 전환하는 생산적 금융 전환을 추진하면서, 하반기에는 증가폭이 14조9870억원으로 확대됐다.

다만 정부와 금융당국이 혁신성을 갖춘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공급을 강조했음에도, 중소기업대출 증가세는 오히려 상대적으로 위축된 모습이다. 5대 은행의 중소기업대출은 2024년 한 해 동안 31조3435억원 증가했으나, 지난해에는 12조1972억원 늘어나는 데 그쳐 1년 새 증가액이 20조원 가까이 줄었다. 같은 기간 대기업대출 증가액도 21조9652억원에서 11조9057억원으로 감소했지만, 감소 폭은 중소기업대출에 비해 크지 않았다. 이에 따라 지난해 이들 은행의 대기업대출 증가율은 7.52%로, 중소기업대출 증가율(1.84%)을 크게 웃돌았다.

자영업자대출은 아예 감소세로 전환됐다. 2024년 말 325조6218억원에 달했던 자영업자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324조4325억원으로 1조1893억원 줄었다. 은행들이 건전성과 CET1 비율 관리를 위해 자영업자·중소기업보다 상대적으로 우량한 대기업 대출을 우선시하면서 자영업자 대출에 소극적으로 나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연체율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대출 영업도 신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들은 올해도 금융비용 부담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말 발표한 '2025년 중소기업 금융이용 및 애로실태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 기업의 37%가 올해 전반적인 차입 여건이 악화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는 전년보다 4.4%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자금 조달 과정에서 겪는 주요 애로 요인으로는 '높은 대출금리'와 '대출 한도 부족'이 꼽혔다.

자금난을 호소하는 중소기업이 여전히 많은 만큼 정부와 금융당국은 올해 은행권에 기업대출 확대를 적극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당국은 지난해 9월 은행권 자본규제 개선 방향을 발표하며 올해 1월부터 은행 주택담보대출 위험가중치 하한선을 15%에서 20%로 상향하고, 은행이 보유한 주식의 위험가중치는 400%에서 250%로 대폭 낮추기로 했다. 이를 통해 은행의 자본비율이 개선되면 최대 73조5000억원까지 기업대출 여력을 확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정부 기조에 맞춰 기업대출을 본격적으로 늘리기 위해서는 기업대출에 적용되는 위험가중치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 은행권의 시각이다. 현재 5대 은행의 기업대출 평균 위험가중치는 약 47.5%로 추산되는데, 자본비율 규제를 준수하면서 기업대출을 확대하려면 위험가중치 하향 등 추가적인 규제 완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은행도 "기업 가운데서도 자금 제약이 큰 중소기업으로의 신용 공급을 유도하려면 중소기업대출에 대해 위험가중치를 완화하는 유럽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 정책에 발맞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출 건전성을 관리해야 한다는 판단이 각 은행 내부에서 더 크게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은행들이 연말 조직개편 과정에서 생산적 금융 전담 조직을 신설한 것도 올해 정부의 기업대출 확대 압박에 대비하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한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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