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6개월간 그리고 2026년에도 강조하는 핵심은 'K-컬처 300조원'이다. 모든 정책과 계획의 목표지점은 '300조원'이며, 심지어 '300조원' 달성을 위해 부처 내 조직개편도 준비 중이다. 마치 기업조직의 움직임 같다. 그리고 목표 달성을 위해 'K-푸드·뷰티·패션·관광'을 문화창조 산업에 억지로 끼워 넣었는데, 문화체육관광부가 중소기업벤처부와 농림축산식품부의 역할을 넘나드는 힘센(?) 부처라는 착각마저 든다. 'K-컬처 300조원'을 바탕으로 "높은 문화의 힘을 갖춘 문화강국 비전 선포"가 어쩌면 '전통적인 주력 분야는 무시하고 M&A로 외형을 키운 대기업 행태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나만의 착시일까?
'기초예술 지원제도'를 효과 있고 신뢰도 높은 제도로 전면 재설계하겠다는 계획과 '지역문화 격차 해소'를 위한 정책을 강화하겠다는 언급에 일말의 기대를 걸고, 2026년 중점추진과제 부분에 나와 있는 계획을 살펴보았다. 역시 별로 새로울 것이 없는 재탕, 삼탕의 계획으로 보일 뿐이다. 대중적 관심도가 높은 영화와 게임산업의 위기에 대해서는 자세한 언급과 다양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느라 애쓴 모습이 역력히 드러나고 있으나, 기초예술 분야에 대해서는 '지속가능한 창작 여건 조성'이라는 애매모호한 말뿐이었다. 이런 걸 보면 문화체육관광부의 기초예술 분야 활성화에 대한 상상력과 실행에 대한 의지가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도대체 장관 직속의 '문화예술정책자문위원회'는 왜 만든 것인가?
더욱 심각해 보이는 것은 '지역 문화 격차 해소' 부분이다. '시설' 중심에서 '콘텐츠' 중심으로 정책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앞세웠는데, 여전히 중앙의 공급 중심 정책이다. 지역 간 문화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세부 해결책으로 'K팝 아이돌 공연'과 '국립예술단체 우수작'의 지역 순회 공연, '국립박물관 대표작' 지역 순회 전시를 확대하겠다고 제시하였다. 이는 "중앙에서 양질의 콘텐츠를 지역에 보내줄 테니, 지역에서 잘 감상하고 문화적 격차를 줄여 보라"고 하는 것 같은 오만함이 느껴진다.
심지어 사업명이 "우리 동네에도 이게 오네!"다. 여전히 지역 문화정책의 방향을 '중앙에서 지방으로 시혜적 구조'로 보는 것이며, 문화체육관광부 관료들의 결정 권한을 유지하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오죽하면 '한국민예총'에서 지역의 '문화자치'를 지역문화 정책의 핵심 원칙으로 설정하고, 정책 목표를 '향유 기회의 균등'에서 '결정 권한의 분산'으로 재정립하라고 촉구하겠는가!
필자는 지역의 문화현장을 뛰어다니며 지역의 문제점과 어려움을 수없이 겪는다. 그러나 지역의 문화현장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발전시킬 수 있는 획기적 방안은 지역의 문화발전을 지역민이 스스로 결정하는 '문화자치'에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문화자치'의 과정에서 다양한 문제점이 나타날 수 있다. 몇몇 문제점이 있다고 '지방자치 제도'를 폐지할 수 없듯이 지역의 '문화자치' 역시 우리 사회가 받아들여야 할 큰 흐름이다.
6개월 뒤에 '대통령 업무보고'를 다시 한다고 하니, 그때에는 지역 문화 격차 해소를 위해 '문화자치'가 선언되기를 간곡히 기원한다.
/문화실천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