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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20년간 물었다… 김지범 성균관대 교수 “멀어진 北·좁아진 성공통로, 정책적 고민 필요한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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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소연 기자

승인 : 2025. 12. 09. 16:51

한국종합사회조사 연구책임자
한국인 삶 20년간 꿰뚫은 학술연구
쉽게 체감하지 못하는 변화 보여줘
부모의 학력·재산 개인의 성공요인
다양성 존중 등 자율적 개인주의 ↑
김지범 성균관대 사회과학대학 사회학과 교수
김지범 성균관대 사회과학대학 사회학과 교수가 지난달 25일 아시아투데이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성일 기자
'다시 태어난다면 대한민국에서 태어나고 싶습니까?' '미국, 일본, 북한, 중국, 러시아 중 어느 나라를 가장 가깝게 느끼십니까?' '현 생활수준은 부모님께서 현재 나이였을 때와 비교해 더 좋아졌다고 느끼십니까?'

한국사회가 어떻게, 얼마나 변하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있다. 20년간 꾸준한 질문으로 우리 국민들의 의식을 읽어낸 한국종합사회조사다. 국내 여러 대학, 특히 성균관대학교 서베이리서치센터가 주관해 주요 대학 교수들이 참여하고 그간 2만여명이 넘는 국민들이 응답했다.

연구책임자인 김지범 성균관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지난달 25일 아시아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이 조사 자체가 사료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20년 간 한국인의 삶을 알 수 있는 좋은 근거가 되고 있으며, 사회 속에서 생활하면서 쉽게 체감하지 못하는 변화를 보여주는 자료"라고 설명했다.

이 조사는 2003년 석현호 성균관대 명예교수가 추진했다. 당시만 해도 한국 사회에 대한 학술 연구를 할 수 있는 자료가 마땅치 않았다. 당시 사회과학자들이 한국에도 질 좋은 관련 자료를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의기투합했다.

한국종합사회조사는 미국 시카고 대학에서 미국 사회를 대상으로 50년 이상 진행하고 있는 제너럴 소셜 서베이의 한국판 버전이다. 이 조사의 원칙을 최대한 적용해 조사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한다. 한국 사회의 변화를 장기적으로 추적하기 위한 학술조사로서, 일반 여론조사와는 성격이 다르다. 이 대규모 프로젝트는 한국연구재단과 성균관대의 지속적인 지원, 그리고 전국의 교수들과 3000여명의 학생들, 면접원들이 참여해 20년 넘게 추진될 수 있었다. 김 교수는 "함께 가야 멀리 갈 수 있다는 말을 실감하게 하는 프로젝트"라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 2200편의 논문과 저서, 학술발표에 활용되며 한국사회과학의 토대자료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면서 "앞으로도 이 조사가 지속돼 21세기 한국의 사회변화와 안정성을 연구하는 데 필수적인 자료로 남을 수 있도록 교육부, 한국연구재단, 많은 연구자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김지범 성균관대 사회과학대학 사회학과 교수
김지범 성균관대 교수가 한국종합사회조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성일 기자
김 교수는 20여년 간의 조사에서 가장 인상깊은 부분을 북한에 대한 인식과 전통주의, 혹은 권위주의의 해체로 꼽았다. 조사에 따르면 주요 국가에 대한 선호도는 2003년 미국이 50%, 북한이 28%였지만 올해 미국은 무려 78%, 북한은 단 5%에 불과했다. 꽤 견고해 보이는 구도이지만 앞으로도 김 교수는 이 문항을 계속해서 조사할 예정이다.

"보시다시피 북한이 남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에 대한 태도는 대북정책의 영향을 많이 받아 언제든지 변화할 수 있기에 남북관계가 절망적이라기 보다는 희망이 있다고 믿고 싶습니다. 한국 사회에 계속 물어봐야 할 중요한 질문의 예입니다."

가족주의, 전통주의의 해체도 두드러지는 변화다. '가정에서 아버지의 권위는 어떤 경우에도 존중돼야 한다'는 질문에 2006년에는 찬성한다는 답변이 84%였으나 올해는 55%로 급감했다. 또한 '사람은 자기 자신보다는 가족의 안녕과 이해를 우선시해야 한다'에도 2006년 80%가 찬성했으나 올해는 43%에 불과했다.

김 교수는 "성공의 중요한 요인으로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인식이 가장 높지만, 그럼에도 부모의 학력과 재산이 개인의 성공 요인으로 점점 중요하게 자리잡아 간다는 인식은 주목할 만하다"면서 "사회 이동의 통로가 좁아지고 있다는 신호라는 점에서 정책적 고민을 요구하는 지점"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자녀들의 생활 수준이 본인들의 생활수준보다 좋아질 것이라는 응답이 줄어들고 있는 경향도 달갑지 않은 변화"라고 꼬집었다.

각박한 분위기 속에서도 이타심이 증가한 점은 한국사회에 희망이 있다는 증거다. 조사에 의하면 2003년 '사람들이 남을 도우려고 한다'는 응답은 31%였으나 올해는 64%를 기록했다. 또한 지난 10년간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인식은 '기본적으로 선하다'는 성선설이 우세하게 유지됐다. 개인주의 상승과 함께 타인에 대한 신뢰 또한 함게 상승하고 있는 셈이다.

김 교수는 이를 두고 "개인주의가 확산됐다고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자율적 개인주의'가 강화되고 있는 것"이라면서 "이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커진 결과이며, 공동체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었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강요된 희생이 아니라 자발적 참여를 통해 공동체에 기여하려는 태도가 확산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변화라는 것이다.

"우리가 카페에서 휴대폰을 테이블에 두고 화장실에 갈 수 있는 것도 서로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소한 신뢰의 경험이 쌓이다 보면 '사람은 서로를 존중한다'는 감각이 생기고, 자연스럽게 내가 선택한 삶 또한 존중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이어질 수 있겠지요. 이런 신뢰가 결국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으로까지 확장된다고 봅니다."

신뢰와 존중을 기대하고 있는 한국 사회의 향후 20년은 어떤 모습일까. 계속되는 조사에서 확인할 수 있는 변화다.

김지범 성균관대 사회과학대학 사회학과 교수
김지범 성균관대 교수가 한국종합사회조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성일 기자
안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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