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일상화된 교실…고교까지 번지며 공정성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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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서울 강서구의 한 고등학교. 2학년 국어 수행평가는 교육청이 배부한 태블릿PC '디벗'을 이용해 책 줄거리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감독 교사는 한 학생 화면에서 '구글 클래스룸'이 아닌 다른 페이지가 열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접속 기록을 확인하자 일부 답안이 1분도 안 되는 사이 비정상적으로 늘어난 사실이 포착됐다. 학생들은 결국 "AI로 받은 답변을 옮겨 적었다"고 털어놨다.
대학에서도 AI 부정행위는 이미 '일상적 현상'이 됐다. 지난달 연세대 '자연어 처리와 챗GPT' 중간고사에서는 상당수 학생이 AI를 이용해 답안을 만든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대 '통계학실험' 중간고사에서도 다수의 답안에서 AI가 생성한 코드가 확인됐다. 서울대는 해당 시험 성적을 전면 무효 처리했다.
현장의 위기감은 대학보다 고교에서 더 크다. 학생들은 발표 자료, PPT, 보고서 초안 등 대부분의 과제에서 AI를 자연스럽게 활용하고 있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 A씨(42)는 "학생들이 당연하듯 챗GPT로 자료조사 한다"며 "'AI를 안 쓰면 손해' 수준이라 사실상 통제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현실은 달라졌는데 지침은 제자리"라며 "대책이 너무 늦었다"고 지적했다.
경기도의 한 중등 교사 B씨(35)는 "학교에서 '사용 금지'라고 공지해도 실효성이 없다"며 "학생이 AI가 만든 문장을 그대로 제출해도 명확히 입증하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어 "기존 규정으로는 제재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며 "현장 교사들은 지금 당장 적용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원한다"고 했다.
초중고 학생을 위한 명확한 AI 기준 역시 없는 상태다. 서울시교육청이 2023년 배포한 '생성형 AI 활용 지침'은 약관 확인, AI 원리·윤리 교육 권고 등 1페이지 분량의 간략한 내용에 그쳤다.
논란이 커지자 교육부도 뒤늦게 움직였다. 교육부는 2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공동으로 '학교에서의 안전한 AI 도입·활용 가이드라인'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내년 3월쯤 학교 현장에 배포하는 것이 목표다. 학생평가에서의 부정행위를 막기 위한 별도 세부 기준도 시도교육청과 함께 마련해 12월 초 안내할 계획이다. 내년부터는 학교급별 AI 윤리교육 콘텐츠도 개발해 보급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