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부 언론은 우리 조사선이 '쫓겨났다'고 표현했고, 서해의 중국 내해화 작업이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전해수 해양수산부 장관은 10월 30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중국 측 위협 행위는 없었다"고 답변했다.
국가 간 갈등 소지가 있는 부분에 대해 정부가 신중한 입장을 내놓는 건 필요하다. 지혜로운 해결책을 찾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것이 국가 핵심 이익 또는 중대한 안보 외교 문제를 건드리면 대응 차원이 달라져야 한다.
과거 스프래틀리(남사) 군도나 센카쿠 열도(댜오위다오)의 영유권 분쟁은 중국이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확보를 겨냥해 동남아5개국, 일본과 충돌한 것이다. 중국은 수십 년 동안 조금씩, 낮은 단계부터 목표를 달성해 나가는 살라미 전술을 썼다. 국제사회가 용인하느냐는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시진핑 주석 때부터 중국은 공격적이고 대립적인 전랑외교(戰狼外交)를 대놓고 했다.
풍부한 어족 자원과 해저 석유·천연가스, 구리·망간 등 광물자원은 스프래틀리·센카쿠 열도 분쟁의 직접 원인이다. 중국은 2000년대 초반 남중국해를 대만이나 티베트처럼 주권·영토와 관계되는 '핵심적 이익이며, 타협 여지는 없다'고 선언했다. 중국은 분쟁 수역의 자국 영토라 우기며 무인도에 활주로와 항만 시설을 건설했다. 동시에 핵항모와 핵잠수함 건조에 박차를 가한다. 활주로와 항만, 핵항모는 해공군력과 미사일 투사 능력이 태평양 쪽으로 수천 ㎞ 확대된다는 뜻이다. 미군은 그만큼 접근이 어려워진다.
중국 해군은 1980년대에 미국이 장악한 태평양 진출을 목표로 '근해 적극 방위전략' 개념을 채택했다. 핵심은 가상의 방어·전략선인 도련선(island chain) 설정이다. 제1도련선은 일본 남쪽~대만~필리핀을 잇는 선이고 2도련선은 더 동쪽인 서태평양 오가사와라 제도~괌~사이판~파푸아뉴기니로 이어진다. 하와이와 남태평양까지 넓히는 3도련선은 미국을 너무 자극할까 봐 공개 거론을 하지 않는다.
서해와 한반도는 그 도련선 내에 위치한다. 중국이 과거 남북한 긴장 고조 시 미 핵항모의 서해 진입이나, 사드 배치에 그토록 격렬하게 대응한 것은 그들의 국가 핵심 이익에 대한 심대한 위해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중화사상 등 자국 중심의 세계관에 따른 동북공정을 1980년대부터 한반도에 노골적으로 적용했다. 동북공정이 큰 틀에서 대응 방향과 원칙을 정하는 개념계획(concept plan)이라면, 구조물 설치는 구체적인 작전계획(operation plan)을 내보인 것이라 볼 수 있다. 즉 특정 목적을 달성키 위한 액션플랜 실행을 시작했다고 보는 게 합리적 판단이다.
중국은 최대 12기 구조물 추가 설치계획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식시설이라고 주장하나 서해 영향력 확대, 나아가 영유권 주장 위한 근거를 설치한 것이다. 중국 정부와 전현직 외교관들의 선을 넘는 비외교적 발언, 동북공정과 남동 중국해의 영유권 분쟁, 제1·2도련선 돌파 선언 등의 정황은 명확히 한 방향을 가리킨다. 서해의 내해화, 서태평양에서의 강력한 영향력 확대라는 외교안보 전략에 따라 차근차근 액션 플랜을 실행하는 중이다.
국회 본회의는 지난 7월 '중국의 서해 잠정조치수역 내 양식시설 무단 설치 행위로 인한 해양권익 침해 규탄 및 한중 어업질서 회복 촉구 결의안'을 여야 의원 대부분의 찬성으로 가결했다. 결의안은 '해당 구조물이 대한민국의 해양관할권과 해양 권익을 침해하는 행위임을 분명히 한다'며 구조물 철거와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정부는 지금까지 우려 표명으로 대응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 단계는 지나갔다.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행동이 있어야 한다. PMZ 내 구조물 을 철거하거나 밖으로 이동을 하게끔 해야 한다. 비례적 대응까지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자국 작전구역으로 동경 124도(1962년 북중 국경조약이 근거)까지 일방적으로 설정했다. 이보다 서쪽으로 우리 해군이 들어가 전략적인 작전을 펴야 한다. 경계선이 현실화하면 서해 70% 정도가 중국 영해로 굳어진다. 사실상 중국의 내해가 된다.
강동길 해군참모총장은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답변에서 서해 구조물과 관련해서 중국이 "국제법을 준수하지 않고 있다"고 명확히 말했다. 국회결의안도 유엔해양법협약에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국회와 군의 명확한 입장을 지렛대 삼아 보다 적극적이고 확실한 행동을 해야 한다. 이건 진보·보수의 문제가 아니다. 국내에서 자리와 예산을 놓고 다투는 문제도 아니다. 서해 문제는 한국의 국가 핵심이익과 외교안보 전략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미래세대의 삶과도 관련된 중대한 현안이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김명호(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초빙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