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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에 따르면 네타냐후는 서한에서 "공익을 위한 결정"이라고 주장하며 혐의를 인정하지 않은 채 재판 중단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재판이 국론 분열을 심화시키고 있다"며 "즉각적인 종료가 사회 통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헤르초그 대통령실은 곧장 사면 요청 사실을 공개하며 법무부 산하 사면국에 의견 조회를 요청했다. 대통령실은 "매우 이례적이고 중대한 요청"이라며, 모든 법적·정치적 판단을 종합해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법조계는 사면국 검토만 해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네타냐후의 결정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거듭된 사면 요구'가 직접적 배경으로 꼽힌다. 트럼프는 최근 서한까지 보내 사면을 촉구했다. 이스라엘 대통령은 사면권을 갖고 있다. 유죄 판결 이전 사면은 이스라엘 역사에서 단 한 차례뿐이다. 1980년대 '라인 300 사건'으로 불리는 사례로, 당시 이스라엘 내무 첩보기구인 신 베트(Shin Bet·샤바크) 요원들이 재판 과정에서 국가기밀이 노출될 우려가 제기되자, 정부가 예외적으로 사전 사면을 단행했다.
헌법·행정법 전문가 즈비 아그몬은 "이스라엘 사면의 99.9%는 이미 복역 중인 사람들에게 주어진다"며 "이번 사례는 제도 운영 원칙과도 크게 어긋난다"고 말했다.
네타냐후는 2019년 뇌물·사기·배임 혐의로 기소됐으며, 지난해 12월부터 피고인 신분으로 직접 증언 중이다. 그는 "재판이 국가적 대응에 집중하는 데 장애가 되고 있다"며 사면 필요성을 거듭 강조해왔다.
여론은 딴판이다. 이스라엘민주주의연구소(IDI)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네타냐후는 여전히 낮은 지지율을 보이며, 국민 절반 이상이 그의 사퇴를 원한다. 전쟁 직후 급락했던 지지율은 일부 회복됐지만, 정치적 신뢰는 여전히 취약하다.
네타냐후는 사법부와 깊은 갈등을 빚어왔다. 2022년 총리직에 복귀한 뒤 그의 정부는 사법부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이른바 '사법개혁'을 강행했고, 이는 수개월 동안 수십만 명이 참여한 대규모 거리 시위로 번지며 이스라엘 사회의 갈등을 극도로 증폭시켰다. 사면 요청은 이러한 사법 갈등의 연장선으로, 사법부 독립성과 정치적 영향력 사이의 충돌이 다시 첨예하게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