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르포] 해무 속 선박 연쇄 충돌하자…화재·유류 유출 속 신속대응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biz.asiatoday.co.kr/kn/view.php?key=20251125010013289

글자크기

닫기

인천 김남형 기자

승인 : 2025. 11. 25. 19:47

겨울 해무·GPS 혼신 속 어선·여객선·군함 충돌 시나리오
전기차 화재·표류자 구조·유류유출까지 입체 대응
행안부·해수부·해경 등 29개 기관 760여명 참여해 실전 훈련
훈련모습
25일 인천항 인근 해상에서 열린 레디코리아 4차 훈련 중 해경·해군 구조선들이 선박 화재 진압과 유류 확산 차단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25일 오후 2시,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 북서방 1해리 해상. 바람은 약하고 파도도 높지 않았지만, 가시거리 3km 미만의 짙은 겨울 해무가 시야를 가로막았다. 짙은 안개로 인해 GPS 전파가 불안정해지며 출항 중이던 어선(우리호)과 대형 카페리 여객선(무룡1호)이 정박 중이던 군함(고준봉함)에 연이어 충돌하면서 올해 제4차 레디코리아 훈련이 시작됐다.

신고가 중부지방해양경찰청 상황실에 접수되자, 관계기관은 즉시 상황을 공유하고 구조세력 출동을 요청했다. 중부지방해양경찰청과 인천해양경찰서는 구조대와 연안 구조정을 급파하고, 인근에서 항행 중인 선박에 구조 협조를 요청했다. 충돌 충격으로 대피하던 승객들이 넘어지면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해상에는 7명의 표류자가 발생했다. 해양경찰청과 국방부(해군본부)는 가용할 수 있는 해상 구조세력을 모두 출동시키며 현장 구조본부를 운영했다.

사고 발생 약 20분이 지났을 무렵, 구조대가 여객선 선내 진입을 시도할 때 또 다른 위협이 감지됐다. 선박 내 적재된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비상 전파가 울려 퍼졌다. 지하주차장과 유사한 여객선 차량 선적 공간의 특성상, 화재는 삽시간에 인근 차량과 선박 설비로 번질 위험이 높았다. 특히 리튬이온 배터리의 '열 폭주' 현상까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선내 화재 진압의 어려움과 구조 수요의 급증은 재난 단계를 한 차원 끌어올렸다. 행정안전부(행안부)는 범정부 차원의 총력 대응을 위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긴급 가동하며 위기경보를 '심각' 단계로 발령했다. 해양경찰청 특수구조대와 인천중부소방서 소방대원들은 선박 진입로를 확보하고, 선내 진화 작업에 돌입했다. 동시에 해경 헬기가 상공에서 호버링하며 표류자를 구조하고, 선내 고립자를 향한 탈출로를 모색하는 입체적인 구조 작전이 펼쳐졌다.

설상가상으로, 충돌로 인해 선체에 파공이 생긴 군함 으로부터 유류가 유출되기 시작했다. 해무를 뚫고 검은 기름띠가 해수면 위로 빠르게 번져나갔다. 자칫하면 광범위한 해양 오염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상황을 접수한 해양수산부(해수부)는 선박사고 위기경보 '심각' 단계를 발령했다. 곧바로 해양환경공단(KOEM) 소속 방제선이 사고 해역으로 투입되어 유류 확산 저지 작업에 나섰다. 방제선들은 신속하게 오일 펜스를 설치하며 유출유의 확산을 차단했고, 회수 작업을 병행했다.

한편, 사고 초기부터 불안정했던 GPS 전파 혼신 상황은 여전히 구조 활동을 방해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는 GPS 전파혼신 위기경보 '심각' 단계를 발령하고, 이동전파감시 차량을 현장에 급파해 원인 조사와 2차 사고 예방 조치를 동시에 추진했다.

훈련에는 행안부, 해수부, 국방부, 과기부, 인천시 등 29개 기관에서 760여명이 참여했다. 해군·해경 헬기, 구조정, 경비정, 방제선 등 각종 선박 30여척과 장비 40여대가 투입돼 해상·공중·육상 대응 절차가 입체적으로 점검됐다. 현장에는 중대본이 원격 가동돼 구조·의료·방제·교통 통제를 총괄 지휘했다. 올해 네 번째로 열린 레디코리아 훈련은 그렇게 마무리됐다.

이번 훈련은 겨울철로 접어들며 해무·풍랑 등 해상 위험이 커지는 점을 고려해 설계됐다. 실제로 최근 5년간 해양선박사고의 46.7%(7811척), 사망·실종자의 62.5%(377명)가 10월부터 다음해 3월에 집중됐다. 선박 교통이 많은 인천항 특성상 충돌·화재·오염사고가 연쇄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정부는 '겨울철 해상 복합재난'을 이번 레디코리아 훈련의 핵심 시나리오로 삼았다.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훈련 강평을 통해 "해양 선박화재는 인파사고로 이어져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므로,관련기관이 협동해 신속하게 대응하는 훈련이꼭 필요하다"며 "해무와 GPS 오류 속에서 충돌·화재·유류유출이 연속되는 최악의 조건을 가정했다"고 말했다.
김남형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