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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대담]노벨경제학상 마이런 숄즈 “정책·투자전략은 시간·불확실성·제약의 흐름 읽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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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 기자

승인 : 2025. 11. 21. 06:00

류두진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예측 어려운 지정학적 충견파에 혼선
정책대응 늦어지며 투자자 신뢰 흔들
언제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위험 좌우
혁신과 안정 사이 균형 해법 찾기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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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런 숄즈 스탠포드대학교 교수의 대담 장면. /사진 = 성균관대학교
시간(Time)과 불확실성(Uncertainty), 제약(Constraints)은 한국과 세계 금융시장에 어떻게 작용할까. 증폭되는 지정학적 충격과 지연된 정책대응, 지속되는 불확실성과 자산시장, 좋은 규제와 나쁜 규제의 차이는 뭘까.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자 금융경제학 세계 최고 석학인 스탠포드대학교 마이런 숄즈 교수와 류두진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SKKU Global Finance Research Center 센터장)가 18일 한국을 비롯해 세계 금융시장을 진단하는 특별대담을 진행했다. 앞서 '블랙 숄즈' 옵션가격결정모형으로 널리 알려진 마이런 숄즈 교수는 성균관대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석학 특강을 진행하기도 했다.

숄즈 교수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금융시장에서 위험이 커져 소위 시간이 압축되는 순간에는, 과거의 단순한 평균·분산 중심의 모형만으로는 시장을 이해하기 어렵다. 시장과 정책, 규제, 투자 전략을 설계할 때는, 시간·불확실성·제약이 서로 어떻게 맞물려 움직이는지를 동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 그의 일관된 시각이다.

아래는 류두진 교수가 묻고 마이런 숄즈 교수가 답한 대담 중 '정책 대응의 시차', '구조적으로 커진 불확실성', '규제의 품질', 'AI·초고빈도 매매', 그리고 시간이 압축되는 시장에 관한 핵심 문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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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두진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성균관대학교
▲경주 APEC 정상회의에서 각국의 정책당국은 긴축적 통화정책과 지정학적 위험을 강조했다. 예측하기 어려운 요인들 때문에 정책 대응이 늦어지고, 투자자의 신뢰가 흔들리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이런 시차(time lag)는 금융시스템에 어떤 파장을 가져오나

-지정학적 충격은 애초에 예측이 매우 어렵다. 그래서 정책당국이 충격이 오기 전에 완벽하게 대응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럼에도 정책당국이 충격에 집착하는 이유는, 어떤 일이 있어도 '나쁜 결과(bad outcomes)'는 피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좋은 충격'이 가져올 수 있는 성장 기회는 상대적으로 무시되고, 부정적인 시나리오만 과도하게 반영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충격을 막겠다는 이유로 실질금리를 지나치게 올리면, 오히려 예상하지 못한 경기 침체를 초래할 수 있다. 정책이 늦게 나오거나, 한참 뒤에 갑자기 너무 강하게 나오면, 시장은 '충격이 오면 결국 강한 긴축이 뒤따른다'고 미리 기대하게 된다. 이러한 기대가 실제 정책과 결합되면, 금융시스템에 가해지는 충격은 단순히 비례적으로 커지는 것이 아니라, 훨씬 더 크게 증폭될 수 있다. 결국 충격 자체보다, 언제·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시스템 전체 위험을 더 키울 수도, 줄일 수도 있다.

▲최근 국제 금융시장에서 '불확실성'이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특히 일시적인 불안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변화는 주식 등 주요 자산시장에 어떤 방식으로 반영된다고 보나

-불확실성은 언제나 존재해 왔고, 본질적으로 계속되는 성격을 갖고 있다. 다만 시대에 따라 사람들이 체감하는 '하방 리스크', 즉 잃을 수 있는 금액에 대한 두려움의 크기가 달라질 뿐이다. 지난 몇 년을 돌아보면, 시장이 느끼는 하방 리스크가 비교적 낮게 인식된 시기가 있었다. 이때는 투자자가 요구하는 수익률이 낮아지고 자산의 자본환원율이 떨어지면서 미래 성장성에 대한 기대가 큰 성장주와 실물경제의 성과가 좋아졌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이런 시기에는 자산 가격이 서로 비슷하게 움직이는 정도(상관관계)가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는 것. 상관관계가 낮으면 분산투자 효과가 커지고 시장의 투자자들은 '불확실성은 있지만, 위험은 오히려 줄었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잠재적 손실이 생각보다 훨씬 크다'는 증거가 쌓이기 시작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투자자들은 다시 높은 위험 보상을 요구하고, 여러 자산이 동시에 떨어지는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상관관계가 높아질 수 있다.

요약하면, 지금 자산시장은 위험에 대한 인식이 다시 조정되고 있고 자산 간 상관관계 구조도 함께 변화하고 있는 국면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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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두진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성균관대학교
▲규제는 시장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하지만, 동시에 혁신을 막거나 새로운 위험을 키우기도 한다. 어떤 규제가 '좋은 규제'로 볼 수 있을까? 또 잘못 설계된 규제가 어떻게 유동성 위기를 키울 수 있을까?

-혁신가와 규제자의 목표는 출발점부터 다르다. 혁신가는 더 빠르고 더 개인화되고 더 유연하며, 더 저렴한 해결책을 만들고 싶어 한다. 반면 규제자는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보기에 느리고, 규격화 되고, 경직된 구조를 선호한다. 평상시에는 규제가 혁신가의 행동을 적절히 제어하면서 혁신과 안정성 사이의 균형을 맞추려 한다. 그러나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규제당국은 '어디까지, 어떤 방식으로 제약을 걸 것인가'를 판단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 이때 규제의 품질이 떨어지는 순간이 온다. 그 틈을 타서 규칙을 악용하는 참여자들이 등장해, 허점을 파고들기 시작한다.

시장 참여자들이 '규제가 허술하다'고 느끼는 순간 규제의 의도와 실제 효과 사이의 차이, 규칙이 일관되게 적용되지 않는 부분을 적극적으로 찾게 된다. 그 과정에서 신용공급이 줄고 거래가 위축되며 투매와 강제 청산이 나타날 수 있다. 이때 유동성이 줄어드는 현상이 반복적인 유동성 감소를 초래해, 소용돌이처럼 유동성이 빠르게 말라버리는 유동성 소용돌이가 발생할 위험이 커진다.

좋은 규제란 혁신을 과도하게 막지 않으면서 불확실성이 커질 때도 해석과 집행이 일관되고 규칙을 악용할 유인을 줄이며, 유동성이 갑자기 말라붙을 위험을 낮추도록 설계된 규제라고 할 수 있다.

▲인공지능(AI)과 초고빈도 매매(high-frequency trading)로 시장 참여자의 의사결정 시간은 극단적으로 짧아졌다. 유동성이 많아진다는 평가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알고리즘이 한 방향으로 쏠리며 순간 폭락이나 극단적 변동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시장은 어떻게 적응해야 할까.

-오늘날 금융시장은 거래되는 자산의 종류와 규모가 매우 크지만 동시에 이를 받아낼 수 있는 시장 규모와 깊이도 상당히 커졌다. 그 배경에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거래와 초고빈도 매매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 내 생각에 대부분의 고빈도 매매는 오히려 투자자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고빈도 트레이더가 돈을 번다는 것은, 그만큼 이들이 계속해서 매수·매도 주문을 내며 유동성을 공급하고, 그 대가로 매수·매도 가격 차이(스프레드)만큼 이익을 가져간다는 의미다. 이렇게 되면 일반 투자자가 실제로 거래할 수 있는 가격은 더 좋아지고, 거래비용은 낮아진다.

물론 특정 상황에서는 군집행동이나 급격한 가격 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시장 전체가 충분히 크고 깊다면 고빈도 매매가 시스템 전체 위험을 키우는 주범이라기 보다는, 평소에는 유동성을 보강하고 투자자 보호에 도움을 주는 경우가 더 많다고 보는 것이 균형 잡힌 시각이라고 생각한다.

▲말씀하신 '시간(Time)-불확실성(Uncertainty)-제약(Constraints)'의 관점에서, 오늘의 금융시장과 정책당국, 투자자가 가장 주목해야 할 핵심 메시지는 무엇일까.

-제가 말하는 "시간"은 금융시장이 계속 움직이는 동적인 시스템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변동성이 우리가 느끼는 시간의 흐름 자체를 바꾼다는 것이다. 위험이 커지면, 시장에서의 시간은 마치 압축된 것처럼 느껴진다. 짧은 시간 안에 훨씬 더 많은 결정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 제약, 유동성, 신뢰 문제가 동시에 떠오른다. 그럼에도 많은 전통적인 금융모형은 변동성이 일정하다고 가정하거나, 투자 기간이 길면 위험의 변화를 평균 내서 무시할 수 있다고 가정해 왔다.

하지만 실제 투자자에게 중요한 것은 단순한 평균수익률이 아니라 복리수익률이다. 복리수익률은 변동성의 변화와 드물게 나타나는 큰 손실 등에 매우 민감하다. 그래서 시간, 변동성, 제약은 서로 강하게 얽혀 있으며 하나만 떼어 놓고 볼 수 없다. 예기치 못한 불확실성이 갑자기 커지면, 거래를 하려는 쪽의 유동성 수요는 급증하고 유동성을 공급하는 쪽은 그 역할을 계속하기 위해 더 높은 보상을 요구한다. 동시에 각종 규제와 제약은 더 강하게 작동해 문제 해결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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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런 숄즈 스탠포드대학교 교수. /성균관 대학교
정리 = 아시아투데이 최원영 산업부장
최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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