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삘기의 매력은 이른 봄, 줄기 속에 감춰진 어린 이삭에 숨어 있다. 보들보들한 하얀 새순을 입에 넣으면 껌처럼 질겅질겅 씹히며 달착지근한 물이 나와 간식이 귀하던 옛날에는 껌 대용으로 아이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초등학교 시절, 우리 반 아이들도 삘기의 달달하고 쫀득한 맛을 좋아했다. 일찍 학교 간다고 집을 나서 들판에 지천으로 자라는 삘기를 잔뜩 뽑아 교실로 들어서면 아이들이 환호성을 지르곤 했다.
당시 우리 문산초등학교가 있던 파주지역에는 미군부대가 많아 시골치고는 제법 윤택한 환경을 가진 아이들이 있었다. 그 친구들이 삘기를 먹고 선물로 주는 미제 초콜릿, 사탕은 별천지를 경험하는 황홀감을 주었다. 특히 지우개가 달린 노란색 몸통의 미제 연필은 행여 닳을세라 아끼고 아껴 썼던 기억이 난다. 더 품질 좋은 기호품들이 넘쳐나는 오늘날에도 그때의 삘기와 미제 초콜렛, 사탕 맛을 생각하면 입에 군침이 돈다.
우리 '강아지풀 잡초연구회' 할머님들도 모두 '삘기의 추억'을 가지고 계셨다. 내년 봄에는 대동리 들판에 나가 할머님들과 다시는 돌아갈 수 없지만 아련하게 그리운 그때의 추억을 더듬어 보고 싶다. 그런데 들판에 삘기가 자라고 있기는 할까? 그 매력적인 맛을 아직 간직하고 있으려나?
/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