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韓숙원’ 핵잠건조 10년 대계… 고비용·외교마찰 극복이 관건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biz.asiatoday.co.kr/kn/view.php?key=20251031010013566

글자크기

닫기

지환혁 기자

승인 : 2025. 10. 30. 17:57

개발부터 실전 배치까지 '10년 소요'
건조 1대당 5兆… 인프라비용 등 별도
중국·러시아 '비난' 사전 차단 관건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로 마련된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한국은 '핵추진잠수함' 개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핵추진잠수함은 주변국들의 위협에 대응하고, 북한의 핵무력 확산에 대한 억지력을 확보하기 위해 한국으로서는 필수불가결한 전략자원이다. 이번 관세협상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핵연료 공급'을 요청한 것은 자주국방을 위한 화룡점정이었단 평가다.

한국은 이번 협상을 통해 30년 넘게 이루지 못한 핵추진잠수함이라는 숙원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최종 확보까지 여러 난관이 예상된다. 특히 중국, 러시아와의 외교적 마찰 가능성은 극복해 내야 하는 문제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30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국방부 종합국정감사에서 핵추진잠수함 건조에 대해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는 여러 여건을 이미 갖춰놨고 마지막에 연료가 필요했던 것"이라며 "그 부분에 대해서 미국 협조를 받아서 완결점을 이룬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SNS에서 "한미군사동맹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력하다. 나는 한국이 현재 보유한 구식이고 기동성이 떨어지는 디젤 잠수함 대신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한국은 핵추진 잠수함을 바로 여기 훌륭한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필리조선소)에서 건조할 것"이라고 아예 못을 박으면서 이미 양국 간 상당 기간 논의가 이뤄졌음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는 기술을 이미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올 5월 부산에서 열린 MADEX2025에서 잠수함 명가 한화오션은 선형의 미래형잠수함 모델을 최초로 공개하기도 했다. 고속 스텔스형 선체로 설계된 한화오션의 미래형잠수함은 핵추진잠수함의 고속 항행이 가능한 유선형 디자인을 채택했고, 하이브리드 소형모듈원자로(SMR) 기반의 전기 추진체계를 적용할 계획이다. 전시회 당시 이 잠수함이 한국형 핵추진잠수함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핵연료만 확보된다면 기술적 측면에서의 제약은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최일 잠수함연구소장은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보유는 단순한 군사협력의 차원을 넘어, 한국의 전략적 자율성 확대와 기술주권 강화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장보고-III 잠수함은 디젤-전기 추진 방식이지만 구조적으로는 향후 핵추진 시스템으로의 확장이 가능하다"며 "다만 핵연료 취급·교체·폐기에 이르는 전 주기 관리체계를 갖춰야 하는 훨씬 복잡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개발부터 배치까지 10년가량의 장기간·고비용 프로젝트가 진행돼야 한다. 재래식 디젤 잠수함도 사업 착수부터 실전 배치까지 8~10년이 걸린다. 핵추진잠수함은 1대당 건조비용이 5조원가량 들어가고, 핵연료 취급·저장·폐기 등 복잡한 인프라를 별도로 구축해야 한다. 특히 핵연료 교체 주기와 관련된 시설, 방사선 안전관리, 비상대응 시스템 마련은 필수다. 강동길 해군참모총장은 이날 종합국감에서 핵추진잠수함으로 추진될 '장보고-Ⅲ 배치-Ⅲ' 사업에 대해 "(사업 추진)결정이 난다면 10여 년 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결정하더라도 (건조 완료 시기는) 2030년대 중반 이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국제 핵비확산 체제(NPT)하에 핵연료의 재처리·농축·이전이 모두 엄격히 규제되고 있다. 한미원자력협정은 한국이 핵연료를 직접 재처리하거나 농축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핵잠수함에 필요한 고농축 우라늄(HEU) 사용도 원칙적으로 불허한다. 이 대통령이 이번 협상을 통해 '핵연료 조달의 법적 제약 해소'를 요청하면서 문제는 해결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미국은 최근 호주에 핵추진잠수함 지원을 추진하면서 핵확산에 나선다는 비난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핵추진잠수함이 '핵무장' 잠수함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이는 한국이 핵추진잠수함 개발을 추진하더라도 그것이 '핵무장' 잠수함은 아니므로 핵확산과는 무관하다는 점을 국제사회에 어필할 수 있다.

최대 난관은 중국·러시아와 외교 마찰 우려다. 중국은 과거 한국이 사드(THAAD)를 배치하는 과정에서 한한령(限韓令) 등 여러 경제적 제재를 가한 바 있다. 핵추진잠수함 도입을 통해 한국은 미국과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역내 안보 상황을 공유하고 역할을 분담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환혁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