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다카이치, ‘새 美日 황금시대의 서막’ 열었다

28일 도쿄 영빈관서 첫 정상회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다카이치 일본 총리 연합,/ 그래픽=박종규 기자

10월 28일 도쿄 아카사카 영빈관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일본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간 역사적인 만남이었다. 이번 회담은 다카이치 총리 취임 후 처음이며, 트럼프 대통령의 2기 집권 후 첫 일본 방문이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모았다. 양국 정부와 일본 주요 언론에 따르면, 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으며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 리그를 소재로 한 인사말로 시작됐다. 다카이치 총리는 "LA 다저스가 1대0으로 승리 중"이라고 전하며 스포츠를 통한 친밀감을 표현했다.

이번 정상회담의 핵심 테마는 미·일 동맹 강화와 경제안보 협력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일 관계를 "역대 가장 강력한 동맹"으로 평가하며 일본에 대해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의 3.5%로 증액할 것을 공식 요청했다. 이에 대해 다카이치 총리는 당초 목표인 2027년 회계연도까지 GDP 2% 수준으로 방위비를 올리겠다는 계획을 2년 앞당겨 2025년에 이루겠다고 답변해 미국 측 요구에 적극 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경제 분야에서는 무역 합의의 이행과 대미 투자 확대가 중요한 의제로 다뤄졌다. 양국은 희토류 등 핵심 광물의 안정적 공급망 구축을 위한 공동 프레임워크에 서명했다. 이 협정은 희토류, 핵심광물에 관한 금융과 무역 지원, 비축 제도 마련, 기업 간 소통 활성화를 주요 내용으로 한다. 또한 다카이치 총리는 일본이 미국산 농산물과 에너지 수입을 확대하고 5,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확실히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첨단기술 분야에서 AI, 핵융합, 우주 항공분야 등 협력 강화도 합의됐다.

안보 측면에서는 북한 핵과 탄도미사일 위협, 중국의 해양 진출 등 동아시아 정세에 대해 긴밀히 의견을 교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의 방위력 증강 의지를 높이 평가했고, 다카이치 총리는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미·일 동맹의 전략적 확대를 다짐했다. 이 자리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는 한편,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이념 계승 의지도 분명히 했다.

회담 후 트럼프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는 공동 오찬과 함께 일본인 납북 피해자 가족들을 접견했다. 이어 미국 대통령 전용 헬기인 '마린 원'을 타고 요코스카 미 해군기지를 방문해 미국 원자력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 호에 함께 승선하는 일정을 소화하며 동맹의 결속을 시각적으로도 과시했다.

이번 회담은 미·일 양국의 협력을 경제, 안보, 첨단 과학기술 전반에서 강화하는 중요한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일본은 미국의 방위비 증액 요구에 적극 호응하고 있으며, 핵심 광물 공급망 협력과 대규모 투자 약속으로 경제안보 연대를 강화했다. 이는 동아시아 정세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미일 동맹의 역할과 책임이 한층 커졌음을 의미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방일 일정 후 29일 한국 방문, 30일 중국 정상과의 연쇄 정상회담을 통해 미·중·일 3각 협력과 경쟁의 향방을 결정지을 예정이다. 이번 회담은 그 전초전 성격을 띤다. 양국 정부는 이번 정상회담을 새 미·일 '황금시대'의 서막으로 명명하며 미래 협력에 대한 기대를 한껏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