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수출 제한 여파로 호주·캐나다 등 서방권 투자 봇물
'희토류 문제', 트럼프-시진핑 회담 앞두고 최대 현안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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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지난 4월부터 희토류 자석 수출 허가제를 시행해, 외국 기업이 중국산 고성능 자석을 들여오기 전에 정부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하지만, 이 절차가 수 주일씩 지연되거나 승인 자체가 거부되는 경우가 잇따르면서, 자동차·방위산업·전자업계 등 주요 수요 산업에서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희토류 문제는 오는 30일 부산에서 열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에서 핵심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중국이 일부 수출 제한을 유예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해결은 어렵다고 본다. 특히 10월 들어 중국이 돌연 희토류 수출 규제를 한층 강화하면서, 희토류 통제가 단순한 무역 협상의 도구가 아니라 중국이 필요할 때마다 미국을 압박할 수 있는 전략적 무기임을 명확히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에 대응해 미국과 호주는 공동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투자사 오리온 리소스 파트너스는 미 정부 자금을 일부 포함한 18억 달러(약 2조 58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미국과 동맹국의 핵심 광물 확보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과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도 희토류·핵심광물 공동개발 협약을 체결했다.
미국 수출입은행(EXIM)은 호주 내 7개 광물 프로젝트에 22억 달러 규모의 금융 지원을 검토 중이며, 미 국방부는 서호주에 첨단 갈륨 정제소를 세우기로 했다. 갈륨은 반도체와 군수용 전자부품 제조에 필수적인 광물로, 현재 세계 생산의 90% 이상을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민간 자금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JP모건체이스는 1조5000억 달러 규모의 '국가안보 산업 투자 프로그램'을 출범시키고, 그 첫 단계로 미국 아이다호의 안티몬 생산업체 퍼페투아 리소스에 75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안티몬은 군수·배터리·합금 산업의 전략 자원으로, 지금까지 중국 의존도가 80%를 넘었다.
시장은 이미 폭발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희토류 기업 MP머티리얼즈의 주가는 올해 들어 4배 이상 급등하며 시가총액이 120억 달러를 돌파했다. 호주 희토류 기업 리나스 희토류 역시 5억 달러의 신규 자금을 유치해 주가가 세 배 뛰었다. 캐나다의 유코어 레어 메탈스는 미 국방부로부터 1800만 달러 지원금을 받아 루이지애나에 희토류 산화물 정제공장을 짓고 있다. 내년 가동이 목표이며, 회사 주가는 올해에만 700% 넘게 올랐다. 유코어의 팻 라이언 최고경영자(CEO)는 "이건 단순한 산업 프로젝트가 아니라 맨해튼 프로젝트급 과제"라며 "이 일을 완수하려면 속도가 생명"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희토류 산업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MP머티리얼즈에 '가격 하한제'를 보장하기로 했다. 이는 중국의 가격 덤핑이나 과잉생산으로 가격이 급락할 때 기업이 타격을 받지 않도록 한 조치다.
싱가포르의 희토류 분석가 토마스 크뤼머는 "국제 공급망은 '즉시 납품(Just-in-Time)' 체계로 돌아가지만, 중국은 특정 수출 허가를 내줄지 말지 몇 달씩 결정을 미루는 행정 관료주의에 갇혀 있다"며 "이런 불확실성이 결국 서방의 공급망 자립을 재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희토류 산업의 부활이 가시화했지만, 전망은 불투명하다. 희토류 산업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반짝 부활에 그쳤고, 서방권의 광물 산업은 수십 년간 중국에 밀려 자금력과 기술력이 크게 약화한 상태다. 게다가 미중 양국이 장기적인 무역 정상화에 합의한다면, 서방 기업들이 다시 중국산 광물에 손을 뻗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WSJ은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