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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나경원·추미애·김현지 방지법’… 이게 무슨 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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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10. 23. 00:01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 등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추미애 방지법'과 '김현지 방지법'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
여야가 상대 당 정치인을 저격하기 위해 그의 이름을 딴 '○○○ 방지법'을 잇따라 발의하고 있다.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21일 '나경원 방지법'(국회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국회의원 가족이 피감기관에 근무하는 경우 해당 의원의 국회 상임위원회 간사 선임을 제한하는 내용이다. 민주당은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의 남편 김재호 춘천지방법원장이 피감기관에 근무하는 만큼 '이해충돌'이라며 나 의원의 법사위 간사 선임을 반대하고 있다.

이에 앞서 나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추미애·김현지 방지법' 발의를 예고했다. '추미애 방지법'은 교섭단체의 간사 추천권을 법적으로 보장하고, 상임위원장의 질서유지권 남용을 제한하는 내용이다. 추미애 법사위원장을 겨냥한 것이다. '김현지 방지법'은 상임위 재적 위원 3분의 1 이상이 증인 출석을 요구하면 다수결 의결 없이 자동으로 증인 채택이 가능하게 했다. 민주당이 반대하고 있는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의 증인 출석을 압박하기 위함이다. 비상계엄 시국에서도 여야는 '윤석열 방지법' 대 '이재명 처벌 방지법'으로 맞붙었었다.

법안 이름에 사람 이름을 붙이는(네이밍) 데는 입법 취지를 국민에게 쉽게 알리려는 의도가 담겨있다.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한 '윤창호법', 어린이보호구역 안전기준을 강화한 '민식이법' 등이 대표적이다. 사회적 기억을 보존하고 입법 기여자에 대한 존중을 표현하기 위한 명명 방식이다.

하지만 최근 국회의 네이밍 법안은 이런 '고상한' 목적과는 거리가 멀다. 상대방을 정치적으로 공격하기 위한 게 크다. 일회성 법안이고 실제 표결까지 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걸 의원들도 알고 있다. 모든 것을 법규로 해결하려는 '법 만능주의'가 판치는 우리 정치의 단면이다. 정치의 핵심이 법조문을 따지는 게 아니라 대화와 타협이고, 이렇게 쌓인 관례와 관행이 정치의 주요한 부분이라는 것을 우리 정치인들은 모른다.

이들 법안에는 더 근본적인 흠결이 있다. 법의 원칙을 결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법이라면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형식적 요건 내지 원칙 중 첫 번째가 일반성이다. 법은 만인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돼야 정당성을 갖는다. 법사위의 네이밍 법안처럼 특정인이나 특정인의 사례를 겨냥한 것은 이 원칙을 어긴 것이다. 절차상 합법일 뿐 법 원칙을 파괴하는 것이다. 이런 흠결투성이 법안이 양산되면 '법의 지배(Rule of Law)'가 아니라 '법을 이용한 지배(Rule by Law)'가 된다. 요건도 안 갖춘 법안을 국회, 그중에서도 법안의 체계·자구 심사를 통해 입법 과정의 '마지막 수문장' 역할을 하는 법사위원들이 발의하고 있는 것은 정말 아이러니하다. 여야 모두 법을 희화화하고 법 경시 풍조를 확산시키는 후진적 행태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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