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국가 라오스·미얀마 등으로 확산
"中정부는 인터폴과 공조해 수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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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엠네스티가 올해 6월 발간한 '나는 누군가의 소유물이었다(I was someone else's property)'에 따르면 캄보디아 전역에는 최소 53개의 범죄 복합단지가 존재하며 대부분 중국계 자본과 조직이 결합한 형태로 확인됐다. 국제엠네스티는 전 세계 인권침해를 감시·폭로하는 대표적인 비정부기구(NGO)로 인권 관련 보고서의 신뢰도가 높은 기관 중 하나로 평가된다.
캄보디아에는 2010년대 대규모 중국 자본이 카지노·호텔·리조트 개발에 투입됐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이권을 노린 중국계 범죄조직이 뒤따라 유입되면서 '범죄 단지'로 변질됐다. 특히 남부 시아누크빌(Sihanoukville)은 중국 자본으로 조성된 카지노 단지가 사기·감금 시설로 전환된 대표적 사례로 지목됐다. 이들 조직은 '고수익 해외 일자리' 광고로 피해자들을 유혹하고 입국하면 여권을 빼앗은 뒤 납치했다. 이어 온라인 투자사기·불법 도박 운영 등에 강제로 동원했다. 전기 충격봉과 총기로 무장한 경비까지 세워 탈출을 막고 고문과 폭행을 일삼았다. 국제엠네스티는 이를 '납치 산업 모델(kidnapping-based business model)'이라 규정했다. 납치 자체가 수익을 창출하는 '경제 체제화된 범죄 구조'라는 점에서다.
이 모델은 인근 국가인 라오스와 미얀마 등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이 역시 중국계 조직이 범죄 단지를 세우는 등 동일한 방식으로 진행됐다. 라오스 북부 보텐(Boten)이 대표적이다. 보텐은 이미 중국 기업이 개발과 운영권을 장악한 경제특구다. '제2의 시아누크빌'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동남아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동부와 남미 일부 지역으로도 확산 조짐을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미 잠비아·케냐의 공업단지, 에콰도르·볼리비아 채굴 지대 주변에서 중국계 개발사가 주도한 폐쇄형 산업단지·거주지 복합 프로젝트가 등장하고 있다. 이곳 내부에서 노동착취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엠네스티는 "이들 구조가 캄보디아 사기 복합단지 모델과 유사하다"고 평가했다. 경찰청이 최근 인터폴 등과 '합동 작전'을 계획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홍완석 전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장은 "중국계 불법 조직이 타국에서 활개 치고 있는 상황은 국제 사회에 큰 문제"라며 "중국 정부는 인터폴과 공조 등을 통해 즉각 수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