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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80주년 기획] ‘공감 사라진 극단의 정치 어디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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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기자

승인 : 2025. 08. 13. 18:08

‘혐오정치’에 극단으로 쪼개진 민주주의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다 ‘협치’ 걷어차
“‘당원주권’ 벗어나 ‘국민주권’ 확대해야”
광화문 광장
차벽으로 갈라진 세종대로와 광화문광장의 모습/연합뉴스
지난 3월 7일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대통령 만세' 유인물을 뿌리며 분신을 시도한 남성이 사망했다. 정파갈등이 극에 달한 올해 초에만 정치적 분신으로 두 명이나 목숨을 끊었다. 이후 치러진 대선에서 야당 후보는 '암살 우려'에 방탄복을 입고, 방탄 유리막 안에서 유세를 펴야했다. 대선 후보자들의 얼굴이 담긴 벽보나 현수막을 훼손하는 사건은 지난 대선에 비해 2배 넘게 늘었고, 달걀과 욕설이 날아드는 건 특별한 뉴스거리도 되지 않았다. 극단의 정치로 뒤틀린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다.

◇'선동의 깃발' 아래 사라진 협치…비상계엄 후 총구 겨눠
우리 정치에 '공감'과 '협치'라는 말이 자취를 감췄다. 반으로 쪼개진 사회를 붙잡고 손을 맞잡아야할 정치권이 오히려 선동의 깃발을 들어 올리며 선봉에 선 결과다. 지난해 12.3비상계엄 사태 이후 여야는 극한의 대립으로 총부리를 겨누고 있다. 정치권에 울리는 총성은 이재명 정부에서 멈출 수 있을까.

일단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6월 4일 취임식에서 "소통과 대화를 복원하고, 양보하고 타협하는 정치를 되살리겠다"고 약속했고, 취임 18일만에 야당 지도부와 마주앉아 식사를 했다. 이 대통령과 야당 지도부는 1시간45분간 국정을 논하며 국익이 걸린 외교·안보에서 협치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그러나 여기까지였다. 7월 들어 여당이 새 당대표를 뽑기 위한 전당대회를 치르며 '전면 무장체제'에 돌입했다. 여당 당권경쟁은 누가 더 야당에 강력한 화력을 뿜어내느냐를 겨루는 자리였다. 더불어민주당 사령탑에 오른 정청래 대표는 당선 직후 "지금은 내란과의 전쟁 중이다. 사과와 반성 없이는 그들과 악수하지 않겠다"고 했다. 제1야당이자 대화의 파트너인 국민의힘을 '내란 세력'으로 규정하며 협치 없는 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정 대표는 취임 후에도 '야당 해산'을 주창하며 포화를 쏟아 붓고 있다. 그에게 국민의힘은 단순히 정치적 경쟁자가 아닌 제거해야 할 적군에 가까웠다. "전쟁 중에도 대화는 한다"는 통설도 '정청래식 정치'에선 예외였다. 그 흔한 제1야당 지도부와의 악수도 없었다. 이는 그에게 당권을 준 열혈지지층과 당심(黨心)에 응답하는 행보였다. 앞으로도 야당 말살을 목표로 하는 내란전쟁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상황도 비슷하다.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강성파와 여전히 절연하지 못하고 극단의 정치 수렁에 빠져있다. 8.22당대표 선거는 이런 분위기를 격화시키고 있다. 합동연설회에선 '당원 80%, 일반 여론조사 20%'를 반영하는 룰에 따라 강성 발언이 쏟아지고 있다. 김문수 당대표 후보는 "계엄을 해서 누가 죽거나 다친 건 없지 않나"고도 했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당 지지율이 16%까지 고꾸라졌지만, 위기의식 보다는 '당권을 쥐고 보자'는 승리방정식이 당을 지배하고 있다.

◇'팬덤정치'의 폐해…"'당원주권'에서 벗어나 '국민주권' 확대해야"
이 모든 일이 새 정부출범 두 달여 만에 벌어진 상황이다. 여야 모두 서로를 정치의 파트너 보다는 살생을 각오해야할 적군으로 보는 모습이다. 여론의 따가운 시선에도 총부리를 거두지 못하는 이유는 자신들의 극력지지층만 바라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정치권에 뿌리내린 '팬덤정치'가 빚어낸 극단의 상황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시계를 3년 전으로 돌려보면 현재의 정치상황은 예견된 일이었다. 당시 '정치 초년병' 대통령은 야당과의 대화 노력을 하지 않으면서 끝없는 갈등을 반복했다. 야당은 거대 의석을 무기로 30여 차례의 탄핵소추로 정부를 흔들며 대여파상공세를 폈다. 여야합의는 사라지고 야당에 의한 일방적 입법만 남자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로 맞대응했다. 그렇게 뒤틀린 정치의 퇴적층이 쌓이고 쌓이며 현재 최악의 정치지형이 만들어진 것이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학과 교수는 "최근 한국 정당은 강성 지지층 의존이 강화되는 양상"이라며 "'당원 주권'에서 벗어나 '국민 주권'의 확대가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용환 사무총장은 "정치 지도자는 국민과 공감하는 정치로 바닥에 떨어진 국민신뢰를 높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통합에 나설 수 있다"며 "권력 집중을 방지할 수 있도록 견제와 균형원칙이 작동해야 삼권분립을 실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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