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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파워] HD현대 건설기계 자회사 통합…정기선 式 시너지 본격화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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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선 기자

승인 : 2025. 07. 03. 06:00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이후 성장세 지속
최근 건기 업황 부진에 승부수
원가 절감 및 상법개정안 관련 리스크도 해소
시장 반응도 긍정적…"주주환원 늘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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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정기선 당시 HD현대 부사장이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를 단행한 배경에는 단순한 외형 확장이 아닌 사업 체질의 근본적 혁신이 있었다. 인수 3년 만에 HD현대는 인프라코어와 건설기계를 합쳐 그룹 내 중복 구조를 정리한다. 지난해 대대적으로 선포한 새로운 비전, 'Xite 트랜스포메이션(스마트 건설 현장 구현)' 전략과 연결되는 개편이라는 해석이다. 자동화와 데이터 기반 공정 혁신을 중심으로 이 전략을 실행하기 위한 실질적인 사업 기반 마련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HD현대가 HD현대인프라코어를 HD현대건설기계와 합병하기로 결정하면서 이날 주가는 각각 5.4%, 14.3% 상승했다. 시장은 그룹사 내 중복 상장 이슈를 해소하고, 향후 주주환원 확대를 기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합병은 단순한 계열사 통합을 넘어, 분산돼 있던 건설기계 사업군을 하나의 축으로 통합하고, 원가 절감과 중복투자 해소·지배구조 리스크 선제 해소까지 고려한 복합적인 전략으로 해석된다.

HD현대는 2021년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29.94%를 약 8500억원에 인수하며 건설기계 부문을 본격적으로 확장했다. 당시 인프라코어는 글로벌 시장에서 상위권 점유율을 보유한 유력 기업이었지만, 경영난과 함께 우발부채 등 재무적 불확실성이 적지 않았다.

그룹 안팎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기선 사장은 인수 작업을 주도했고 이후 HD현대인프라코어는 무상감자와 유상증자를 통해 6800억원을 확보, 재무구조 개선과 부채 정리에 속도를 냈다.

성과도 빠르게 가시화됐다. 인수 첫해인 2022년 HD현대인프라코어는 영업이익 3325억원을 기록했고, 이듬해인 2023년에는 4183억원으로 증가했다. 그룹 차원에서 보면, 리스크를 감수한 투자였지만 결과적으로는 '성공적인 구조조정 모델'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지난해부터 상황이 바뀌었다. 글로벌 금리 인상, 원자재가 상승, 환율 변동성과 건설경기 위축이 맞물리면서 수익성이 둔화됐다. HD현대인프라코어의 2024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절반 수준인 1842억원에 그쳤으며, 2025년 1분기 실적도 678억원에 머물렀다. 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그룹은 건설기계 사업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합병을 통해 HD현대는 중복투자 해소와 원가 개선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조영철 HD현대인프라코어 사장은 인수 이전인 2021년 대비 약 2%포인트 수준의 원가 절감 효과를 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합병 이후에는 부품 공동조달, 생산 기지 통합, 설계 표준화 등을 통해 제조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R&D 자원을 집중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HD현대가 그룹 차원에서 추진 중인 Xite 트랜스포메이션 전략과도 밀접하게 연결된다. Xite 전략은 스마트 건설 현장을 구현하기 위한 그룹 차원의 제조혁신 프로젝트로, 디지털 기반 생산관리, 설비 자동화, 데이터 수집·분석 기반 유지보수 등 일련의 기술 집약적 인프라가 필요하다. 건설기계 부문이 이 전략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하는 핵심 사업군인 만큼, 조직 통합은 실행력 제고 측면에서도 결정적인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사업 포트폴리오 면에서도 합병 효과는 분명하다. HD현대는 완성장비 판매 중심의 매출 구조를 점차 벗어나, 엔진 사업과 AM(애프터마켓) 부문 확대를 추진 중이다. 장비 수명이 길어지면서 유지보수, 부품 교체, 예측 진단 등 AM 기반 수익 모델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양사 통합은 중복 인력과 영업망을 통합하는 동시에 서비스 역량도 한층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지배구조 재편 측면에서도 이번 합병은 의미가 크다. 상법 개정안 등으로 동일 그룹 내 중복상장 구조가 문제로 지적되는 가운데, HD현대는 두 상장사를 통합하며 선제적으로 리스크를 해소하는 모양새다. 이재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 그룹내 두개 법인이 동시 상장돼 발생할 수 있는 주주간 이해상충이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향후 HD현대그룹 전체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핵심 축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HD현대그룹은 최상위 지배회사 HD현대 산하에 조선해양 부문 중간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 건설기계 부문 중간지주사 HD현대사이트솔루션으로 구성돼있다. 중간지주사 체계 정비 등을 위해서도 이번 합병이 첫 단추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HD현대는 이번 합병을 통해 북미·신흥시장 중심의 글로벌 전략도 강화할 계획이다. 일관된 브랜드와 영업망 운영으로 시장 대응력을 높이고, 대형장비 중심의 경쟁력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이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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