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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인협회가 2일 발표한 '500대 기업 2025년 하반기 투자계획 조사'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 10곳 중 8곳(78.4%)은 하반기 투자 규모를 상반기 수준으로 유지할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기업들이 어려운 경영환경에서도 최소한의 투자는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투자 확대를 계획한 곳은 8.3%에 불과했고, 나머지 13.3%는 투자 축소를 계획하고 있다. 기업들이 투자 여력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투자 환경이 아직 개선되지 않았다는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응답 기업들이 꼽은 가장 큰 투자 애로 요인은 경직적인 노동시장(18.6%), 과도한 세금 및 부담금(18.1%), 복잡한 인허가 등 규제(16.9%)였다. 이에 대해 한경협은 "국내 투자 환경이 여전히 기업 친화적이지 않다"는 점에 주목하며, "이 같은 구조가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을 가로막고 있다"고 진단했다.
기업들은 또한 하반기 투자 리스크로 '주요국 경기 둔화'(26.4%)와 '공급망 불안'(23.6%) 등을 꼽았다.특히 미국 정책 변화에 대한 기업들의 민감한 반응은 우리 경제가 대외 의존도가 높다는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가장 많은 기업이 세제지원 및 보조금 확대(27.5%)가 가장 필요하다고 꼽았고, 이어 내수경기 활성화(15.3%), 신산업 진입 및 투자 규제 완화(11.9%)가 있어야 투자를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한경협은 이와 같은 결과에 대해 "AI·바이오·컬처 등 미래 산업에 대한 투자가 시급한 상황"이라며, "정부는 규제 체계를 '원칙 허용, 예외 금지'로 전환하고, 투자 인센티브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투자 확대를 계획한 기업들 역시 '정책 변화에 대한 기대'(20.0%)를 가장 큰 이유로 들었다. 반대로 축소를 검토 중인 기업들은 '미국 트럼프 2기 정책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33.3%), '내수 부진'(25.0%) 등을 지목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기업들이 최소한의 투자는 유지하려 하지만 대규모 확장 투자에는 여전히 신중한 모습"이라며 "정부가 규제 완화와 세제 지원을 강화해 투자 유인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