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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관사 태극기 국보로’ 백초월스님 순국 81주기 세미나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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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중 기자

승인 : 2025. 06. 29. 15:37

불교계 대표적인 독립유공자 초월스님 추모 행사
태극기박물관 건립과 국보 승격 목소리 나와
주지 법해스님 "진관사, 유서 깊은 호국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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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은평구 진관사 한문화체험관에서 29일 열린 백초월스님 순국 81주기 학술세미나 단체 기념촬영. 진관사는 이날 백초월스님 추모 다례재와 함께 세미나를 열고 진관사 태극기의 국보 승격과 태극기박물관 건립을 주장했다./사진=황의중 기자
대표적인 불교계 대한민국 독립유공자 백초월스님(1878~1944)의 진관사 태극기를 보물에서 국보로 승격하고 이를 기념해서 태극기박물관을 만들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진관사 태극기는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배지로 착용해서 눈길을 끈 바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서울 은평구 진관사는 29일 백초월스님의 순국 81주년을 기념하는 추모 다례재 및 학술세미나를 경내에서 진행했다. 이날 다례재 및 세미나에는 조계종 문화부장 혜공스님과 진관사 회주 계호스님·주지 법해스님 등 스님들과 김미경 은평구청장, 임돈희 동국대 석좌교수, 백초월스님의 증손 백외식씨 내외, 사단법인 백초월스님 선양회 이사, 이준우 은평구 광복회장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

세미나 주제 발표는 △진관사 태극기의 기억과 향유: 태극기 박물관의 필요성(서원대 이광표 교수, 논평 김시덕 을지대 교수) △ 진관사 태극기의 재조명-보물에서 국보로(송명호 전 중부대 교수, 논평 경기도 문화유산위원 김상엽 ) △백초월 독립운동의 이념 호국불교에서 민족불교, 세계주의로(동국대 김광식 교수, 논평 동국대 불교학술원 한상길 교수) 등으로 진행했다. 중앙승가대 김상영 명예교수가 사회를 보고 주제 발표 이후 종합토론이 이뤄졌다.

2009년 칠성각 불단에서 발견된 진관사 태극기는 불교사찰에서 최초로 발견된 일제강점기의 태극기다. 기존의 일장기 위에 검정색 먹물로 태극의 청색 부분을 덧칠하고 4괘를 그린 것으로 일제를 극복하자는 의도가 담겼다. 또 발견 당시 태극기 안에 싸인 독립신문류에 태극기·태극문양과 태극기 관련 기사가 실렸다. 태극기 안에 싸인 총 5종 19점의 독립신문류는 3.1운동이 있던 1919년이라는 특정 시기에 간행됐고 그 종류가 다양하다는 점에서 백초월스님이 주석한 진관사가 독립운동의 거점으로서 역할을 했다고 해석된다.

주지 법해스님은 인사말에서 "오늘은 백초월스님의 순국 81주기 되는 날"이라며 "스님께서 주석하셨던 진관사는 천년의 지혜와 순국선열의 구국정신이 담긴 유서 깊은 호국도량이다. 진관사 태극기와 독립운동 관련 유물은 백초월스님의 평화를 향한 용기와 지혜였다. 이는 조국의 독립과 희망을 상징하며 대중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고 말했다.

조계종 문화부장 혜공스님은 축사에서 "오늘 세미나를 기점으로 진관사 태극기의 소중한 가치 더욱 알려지길 바란다. 더불어 태극기 박물관 건립을 통해 진관사 태극기에 담긴 염원과 가치를 국민과 공유하고 미래세대를 위해 보존 전승하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 종단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세미나 주제 발표는 크게 진관사 태극기의 국보 승격과 태극기박물관 건립에 대한 필요성을 논하는 내용이었다.

이광표 교수는 "태극기박물관은 우선 두 가지의 역할을 맡아야 한다. 하나는 진관사 태극기를 보존·연구하고 전시·활용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국내 유일의 태극기 전문 박물관으로서의 기능을 담당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진관사 태극기는 근대기 태극기의 상징성 특히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과 관련된 상징성을 극적으로 체현하는 태극기이다. 따라서 태극기박물관은 진관사 태극기를 만들어 독립운동에 사용한 시기, 극박한 상황에서 태극기를 칠성각 불단 뒤에 숨겨야 했던 시기까지의 과정을 모두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명호 전 중부대 교수는 "미국·영국·호주·프랑스·인도 등 여러 나라들은 이미 국기를 국보로 지정해 역사적 관점에서 박물관을 통해 국기의 상징적인 의미와 자긍심을 고취시키고, 국가를 대표하는 표상을 널리 홍보·규육하고 있다"며 "진관사 태극기도 국보로써 손색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송 전 교수는 진관사 태극기가 △최초로 사찰에서 발견된 태극기라는 점 △일장기 위에 덧그린 가장 오래된 현존 태극기 △일제강점기의 자료들을 태극기에 접어 싸서 숨겨둠으로써 보존시킨 점 등을 이유로 역사적·학술적 가치가 크다고 평가했다.

김상엽 경기도 문화유산위원도 "진관사 태극기는 불교계뿐만 아니라 국내외 독립운동의 활동상과 그 의의를 밝혀줄 수 있는 중요한 증거"라며 "진관사 태극기를 잘 보존하고 연구해 의의를 밝히는 작업은 우리에게 남겨진 소중한 책무이고, 이를 위해 국보 승격 지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논평했다.

이어진 김광식 교수의 발표에서는 백초월스님의 독립운동 활동을 좀 더 깊게 살펴봤다. 김 교수는 1911년 11월 15일 제작·배포된 '승려 독립선언서'의 작성자를 백초월스님으로 추청했다. 그 근거로는 지리산 영월산 주지 대일스님의 증언을 들었다. 대일스님은 "(일제 치하 영원사 주지를 지낸 서병재 스님으로부터) 초월스님이 독립운동을 할 당시 사무, 초안, 글씨 등 모든 실무를 도맡아 수행했고, 이로 인해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는 말을 전했다. 또한 초월스님의 종손 백외식 씨의 부인 하영희 씨는 "시아버지(백락귀)께서 전국을 돌며 초월스님의 행적을 조사했는데, 당시 초월스님이 독립선언서를 지나치게 강하게 써서 결국 내용이 완화됐다고 들었다"고 증언했다.

한편 학술세미나에 앞서 열린 추모 다례재에는 백초월스님의 증손 백외식씨 내외와 중국 안중근 선양회 장현운 회장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또 다례재에는 진관사 태극기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은 어린이들이 초월스님의 순국을 추모하는 공연을 해서 참석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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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대 이광표 교수의 주제 발표./사진=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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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관사 태극기의 특징을 설명하는 이 교수./한진=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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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 인사를 전하는 백초월 스님의 증손 백외식씨./사진=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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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 다례재가 열린 진관사 경내의 태극기 기념 행사 부스. 어린인들이 방문객에게 태극기를 그려주고 있다./사진=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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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견 당시 진관사 태극기./제공=진관사
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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