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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주들은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다. 그동안 원재료비와 인건비, 배달 수수료 등 각종 비용은 오르는 데도 본사 가격에만 맞춰야 하는 불만이 컸다. 자율가격제는 이런 갈증을 일정 부분 해소해 주는 조치다. 매장 운영 상황에 따라 가격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게 된 점은 자율성과 수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타협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bhc 대표 메뉴 뿌링클(2만1000원)은 최대 2만3000원까지 인상될 수 있을 거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배달비, 지역 물가 차이도 아닌 그저 점주의 판단이라는 설명만으로는 납득이 어려울 수 있다.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통일된 품질과 가격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운영된다. 그 믿음이 흔들리면 브랜드 전체의 이미지도 위협받을 수 있다.
이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정보의 투명성'이 전제돼야 한다. 어디서 얼마에 팔고 있는지, 가격이 왜 다른지를 소비자가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율은 곧 혼란이 되고, 혼란은 불신으로 이어진다. 결국 점주는 점주대로 고객의 항의를 감당해야 하고, 본사는 소비자의 불만을 마주하게 된다.
bhc는 조정을 원할 경우 최대 2000원을 넘지 않는 선에서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은 제각각이다. 포장과 배달, 온·오프라인 라인 가격이 다르고 할인 여부까지 뒤섞이면서 소비자는 더 헷갈린다. 자율이라는 이름 아래 표준이 무너지는 것이다.
bhc는 이번 제도를 '상생의 첫걸음'이라 설명한다. 본사의 논리도 이해되지만 그 상생 속에 소비자가 빠져 있다면 진정한 상생이라 보긴 어렵다. 자율이라는 이름 아래 본사의 책임이 희석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치킨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다. 배달음식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서민의 대표 음식이며 누군가에겐 일상의 작은 보상이고, 어떤 이에게는 한 달에 한 번뿐인 외식일 수 있다. 치킨값은 단순한 숫자 그 이상이다.
이처럼 민감한 품목에서 자율가격제를 시도하려면 무엇보다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시장의 반응을 예측하고 소비자의 신뢰를 지킬 수 있는 기준을 세워야 한다. 자율은 책임과 함께해야 하며 그 기준은 곧 브랜드의 신뢰로 이어진다.
bhc의 이번 실험이 치킨 업계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분명한 건 이 실험이 성공하려면 점주와 본사뿐 아니라 소비자도 중요한 이해당사자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