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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5호선 방화, ‘기관사·승객 대응·불연재’ 큰 피해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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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훈 기자

승인 : 2025. 06. 01. 19:12

지난달 31일 60대 방화로 지하철 내 화재
기관사·승객 신속한 대처로 큰 피해 막아
좌석 등 불에 잘 타지 않는 소재도 한몫
지하철 5호선 화재
지난달 31일 서울 지하철 5호선 열차에 60대 남성이 불을 지르는 사건이 발생하자 기관사와 승객들이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사용한 소화기가 분말을 토해낸 채 화재 현장에 세워져있다. /서울 영등포소방서
2003년 192명이 숨지고 151명이 다친 '대구 지하철 참사'를 겪었던 우리 시민들은 지난달 31일 서울 지하철 5호선에서 발생했던 방화사건에서 침착하게 대응했다. 열차에 타고 있던 시민들은 성숙한 시민의식을 드러냈고, 서울교통공사의 신속한 초동 대응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했다.

1일 경찰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이번 서울 지하철 5호선 방화사건이 최소한의 피해로 막을 수 있었던 이유는 승객들의 신속한 대처와 난연성 재질로 제작된 열차 내부 소재가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2년 전 대구 지하철 참사를 떠올리게 하는 이번 사건은 지하철 1량이 일부 소실됐으며 2량에서 그을음 피해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3억3000만원의 재산피해를 추산했다.

지난달 31일 오전 8시 43분께 서울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마포역 사이를 달리던 열차 네 번째 칸에서 60대 남성 A씨가 열차 바닥에 액체를 뿌리고 옷가지를 이용해 불을 붙였다.

이를 본 승객들은 열차 안이 삽시간에 매캐한 연기로 가득차자 다른 칸으로 달려 대피했고, 또 다른 승객은 열차 내 비상통화장치로 기관사에게 상황을 알렸다. 승객들은 긴급한 상황임에도 '침착하자' '밀지 말라' 등 서로 독려하기도 했다. 기관사와 일부 승객들은 열차 내 배치된 소화기를 이용해 화재 진압에 나섰다. 다른 승객은 비상개폐장치를 작동시켜 열차 문을 열었다. 승객 400여명은 비상개폐장치로 문을 열고 선로로 탈출해 걸어서 인근 역사 대합실로 대피하기도 했다.

시민들과 기관사의 신속한 초동 조치로 덕분에 소방 당국이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엔 이미 불길이 대체로 잡힌 상태였다.

대구 지하철 참사를 계기로 열차 내부를 불에 잘 타지 않는 소재로 교체한 것도 주효했다. 대구 지하철 참사는 피해를 키운 요인으로 불에 타기 쉬운 폴리우레탄 등 가연성 소재가 지목됐었다. 서울교통공사는 2003년 9월부터 단계적으로 열차의 골격, 바닥재, 객실 의자 등을 불에 타지 않는 스테인리스 등으로 교체했다. 또 스프링클러, 터널 대피로 안내도 등도 역내에 설치했다.

류상일 동의대 소방방재행정학과 교수는 "열차가 아무리 난연성 재질로 이뤄졌다고 해도 액체류가 폭발할 경우 불이 크게 날 수 있다. 방화 또는 테러 목적으로 인화성 물질을 지하철에 반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항공기에 액체류를 가지고 타지 못하는 것과 같이 액체류 반입은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방안을 사회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게 학자들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민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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