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 공백 길어진 이유는 감독으로서의 정체성 찾으려
네 번째 연출작 '윗집 사람들'도 선호하는블랙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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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연출작 '로비'가 개봉한 지난 2일 오후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이 영화의 투자·배급사 쇼박스 사옥에서 취재진과 만난 하정우는 "공백기는 감독으로서의 아이덴티티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 고민하는 시간이었다"며 "언제부터인가 '감독' 하정우가 영화를 비즈니스로 대하고 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연출 데뷔작 '롤러코스터'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 내가 알고 경험했던 얘기에서 뽑아낼 수 있는 시나리오를 기다려보기로 다시 마음먹었다"고 밝혔다.
접대 골프로 빚어지는 소동극을 특유의 블랙 코미디로 풀어낸 '로비'는 바로 그 같은 결심에서 비롯됐다. 5년 전 또래보다 다소 늦게 골프에 입문한 하정우는 골프채만 잡으면 '지킬 박사와 하이드'처럼 평소와 180도 달라지는 필드 위 주변 사람들로부터 모티브를 얻었다. "저를 비롯해 특히 남자들은100원짜리 내기에 집착하는 등 유치해지더라고요. '왜 그럴까' 호기심이 가시지 않아 글로 옮겨봐야겠다고 마음먹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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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하반기 공개가 이미 예정돼 있는 네 번째 연출작 '윗집 사람들'까지 '말맛'으로 가득한 블랙 코미디를 선호하는 이유에 대해 하정우는 "예를 들어 '차라리 특혜를 요구하세요' '인생은 우연이야' 등과 같은 '로비' 속 대사는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태도를 담고 있다"면서 "이 같은 내 시선과 태도가 블랙 코미디란 장르를 좋아하는데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답했다.
마지막으로 '감독' 하정우와 '배우' 하정우가 서로를 어떻게 평가하는지와 관련해서는 "내 입으로 말하기는 살짝 민망하지만 '감독' 하정우는 배우 출신답게 배우의 어려움을 잘 헤아린다. 그리고 '배우' 하정우는 운동선수의 루틴을 선호하는, 대단히 성실하고 부지런한 연기자"라고 능청스럽게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