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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나시온 등 현지 언론은 13일(현지시간)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이베로-아메리카 정상회의 참석을 포기하고 14일 방미길에 오른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지정학적 변화가 예상돼 이베로-아메리카 정상회의에서 논의할 현안이 많지만 아르헨티나가 이를 포기하고 미국을 선택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베로-아메리카 정상회의는 중남미 19개국과 스페인 등 유럽 이베리아 반도 국가가 참여하는 협의기구다.
올해 회의는 12~15일 에콰도르 쿠엔카에서 열린다. 밀레이 대통령은 일찌감치 정상회의 참석을 확정한 바 있지만 막판에 일정을 변경, 미국을 방문하기로 했다. 14∼16일 미국 플로리다에서 열리는 미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아르헨티나 대통령실은 "이베로-아메리카 정상회의에 참석할 계획이었지만 공교롭게도 (방미) 일정이 겹쳐 불가피하게 불참하게 됐다"고 밝혔다.
CPAC에서 연설할 예정인 밀레이 대통령은 미국에서 트럼프 당선인과 만날 예정인 것으로 전해진다. 두 사람 간 만남은 지난 2월에 이어 두 번째다.
당시 두 사람은 서로 응원하면서 친분을 쌓았다. 공화당 대선 주자였던 트럼프 당선인은 밀레이 대통령에게 "아르헨티나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라(Make Argentina Great Again)"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당시 그는 밀레이 대통령에게 "당신이 바로 '마가(MAGA)'다. 이 일을 해낼 수 있는 대통령"이라는 말도 했다고 전해졌다. 마가는 원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의미를 담은 트럼프 당선인의 대표 슬로건이다.
극우로 평가받는 밀레이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때 자신과 이념적으로 가장 비슷한 인물로 트럼프 당선인을 꼽은 바 있다. '남미의 트럼프'라는 닉네임을 얻은 것도 지난해 대선 때였다.
두 번째 만남을 앞두고 미 대선 후 처음으로 밀레이 대통령이 트럼프 당선인과 전화통화를 한 사실도 알려졌다. 12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10분간 나눈 전화통화에서 트럼프 당선인은 밀레이 대통령에게 "귀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대통령(favorite president)"이라며 반가워했다고 한다. 아르헨티나 대통령실은 "두 친구 간의 통화였다"며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대화가 오갔다고 밝혔다.
밀레이 대통령은 앞서 지난달 30일 디아나 몬디노 당시 외교장관을 전격 파면했다. 유엔총회에서 미국의 대(對)쿠바 제재에 반대표를 던졌다는 이유로 밀레이 대통령이 내린 문책성 결정이었다. 대통령실 대변인은 "외교팀의 모든 결정엔 정부의 가치관이 반영돼야 한다"며 "개인의 자유와 인권의 침해를 영구화하려는 정권을 규탄하는 입장을 확고하게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헤라르도 웨르테인 주미대사를 신임 외교장관으로 기용하는 한편 공석이 된 주미대사에는 IT기업인 출신 경제인을 지명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중용한 트럼프 당선인과 닮은꼴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밀레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방미 때 머스크 CEO와도 회동한 바 있다.
현지 언론은 "아르헨티나가 정치인이나 직업외교관이 아닌 재계 인사를 주미대사로 지명한 건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며 "확고한 친미외교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밀레이 정부가 투자유치, 교역확대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고 보도했다.
한편 밀레이 대통령은 출국 전 인터뷰에서 "미국과 FTA 체결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차기 행정부가 (다른 나라보다) 나와 일하는 걸 가장 편하게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엔 통상적, 금융적으로 의미가 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