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북한군, 우크라 전쟁 파병...김정은과 푸틴의 계산법은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biz.asiatoday.co.kr/kn/view.php?key=20241021010011128

글자크기

닫기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4. 10. 21. 11:09

영 가디언 "북한 특수부대 파병, 러북 신뢰 지표"
"전투보다 러군 지원 역할, 드론 전쟁 습득 가능성"
전문가 "푸틴, 병력 동원 최소화 전력 강화"
"북, 돈·군사기술 이전·전쟁 기술 습득 기대"
UKRAINE-RUSSIA-CONFLICT-WAR
한 주민이 20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침략 전쟁으로 황폐화된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 포크로우스크 시내를 걸어가고 있다./AFP·연합뉴스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이 북한은 자금과 군사기술을 확보하면서 전쟁 경험을 쌓을 수 있고, 러시아는 전쟁에 필요한 노동자와 용병을 확보해 전쟁을 지속할 수 있다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영국 가디언·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 영 가디언 "북한군, 전투보다 러군 지원 역할, 드론 전쟁 습득 가능성"
"특수부대 파병, 전장 역할보다 러·북 신뢰 지표"

가디언은 국가정보원이 지난 18일 북한군의 최정예 특수부대인 폭풍군단(11군단) 소속 선발대 1500명이 러시아 극동 지역에서 훈련하고 있다고 밝힌 것과 관련, 그들이 전쟁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 것보다 러·북 간 정치적 신뢰성을 나타내는 지표일 것이라며 북한이 이미 노동자와 무기를 보냈지만, 특수부대 파병은 양국 관계에서 중요한 움직임(step)이라고 평가했다.

가디언은 "러시아 정부가 전쟁을 지속하기 위해 해외 용병과 노동자들에게 의존하고 있다"며 "통신이나 다른 어려움을 고려하면 북한군이 전투보다는 러시아군 지원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더 높거나, 그들이 드론 전쟁에 관해 배우기 위해 파병될 것이라고 일각에서 추정한다"고 전했다.
국정원은 북한이 향후 러시아 전선에 1만명을 추가 투입하는 등 총 1만2000명 규모 병력을 파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가디언은 9월 하루 평균 1200명 이상으로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군 사상자 수가 약 1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일부 추정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 전쟁(1979~1989년) 소련군 사망자 수의 7배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망했다고 전했다.

가디언은 러시아 병력이 우크라이나군보다 4배나 많지만, '고기 분쇄기'로 묘사되는 전쟁으로 인해 병력이 급속히 줄어들고 있으며 징집병을 전선에서 투입해 정치적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UKRAINE RUSSIA CONFLICT
한 우크라이나 여성이 1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 세인트 미하일리우스키 대성당 인근 광장에서 진행된 한 우크라이나 군인 장례식에서 무릎을 꿇고 추모하고 있다./EPA·연합뉴스
가디언은 인구가 감소해 평균 연령이 40세인 러시아가 오랫동안 이주 노동자에 의존해 왔지만,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그 수가 감소했고,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수백만 명의 러시아 청년이 해외로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돼 지난해 480만명의 노동자가 부족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주요 공급처였던 중앙아시아로부터의 노동자 유입이 급감하자 보수나 시민권, 심지어 속임수나 강압으로 용병을 모집하고 있다고 가디언은 알렸다.

러시아·독일·두바이에서 일할 줄 알았던 인도·네팔 노동자들이 우크라이나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으며, 우간다·시에라리온 등 아프리카 출신 18~22세 여성 약 200명은 타타르스탄에서 공격용 드론 조립 공장에서 일하다가 가성 화학물질에 노출됐다고 AP통신이 10일 보도했다.

Russia Ukraine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한 지역에서 전투 태세를 취하는 모습으로 러시아 국방부 공보실이 17일(현지시간) 공개한 사진./AP·연합뉴스
◇ 란코프 국민대 교수 "북한군 파병, 푸틴, 또 다른 병력 동원 회피하면서 우크라 전쟁 전력 강화"
"북, '돈'·군사기술 이전·전쟁 기술 및 지식 습득 기대"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 주장 및 보도가 "상당히 그럴듯하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에서 또 다른 병력 동원을 피할 수 있기 때문에 북한군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전력을 강화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고 DW는 전했다.

러시아 출신 귀화 한국인인 란코프 교수는 "러시아 관점에서 보면 푸틴이 러시아에서 일반적으로 지지를 받는 전쟁을 치르고 있는데, 지지는 대다수 인구가 전투에서 제외되고, 전쟁으로 인해 일상 생활이 방해받지 않는다는 한가지 조건에서만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란코프 교수는 군에 입대로 큰 경제적 혜택을 얻을 수 있음에도 전선에서 목숨을 걸 준비가 돼 있는 러시아 남성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 지금 러시아군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보병 부대라고 말했다.

란코프 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하면서 북한이 가장 바라는 대가는 '돈'이지만, 러시아의 군사기술 지원·전쟁 기술 및 지식 습득도 기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현재 러시아 군대의 일반 사병의 월급이 2000달러(273만원)이고, 입대 보너스를 최대 2만달러(2734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며 "북한이 병사 한명당 그 절반만 받아도 매우 만족할 것"이라고 말했다.

란코프 교수는 "돈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 (대가의) 일부는 북한이 원하지만, 얻을 수 없었던 첨단기술 형태로 제공돼야 할 것"이라며 "러시아는 일반적으로 북한처럼 불안정한 국가에 이런 종류의 기술을 제공하는 데 동의하지 않을 것이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란코프 교수는 북한 파병의 또 다른 이유는 실제 전쟁에서 얻을 수 있는 기술과 지식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오랜 기간에 걸친 두 선진 군사 강대국 간 현대적 분쟁"이라며 "전 세계는 지난 80년 동안 이런 분쟁을 본 적이 없으며, 북한은 이런 종류의 전쟁에 관한 경험을 얻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다만 란코프 교수는 수천 명에 달할 수 있는 북한군 파병이 러·북 간 새로운 차원의 군사 협력을 시사하지만, 이러한 교류는 짧게 끝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북한군 파병이 (러·북) 관계를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릴 것이지만, 이는 일정 기간뿐이고, 우크라이나에서 적대 행위가 끝나면 모든 것이 이전으로 돌아가고, 평소와 같은 거래(business)가 될 것"이라며 "이 두 나라는 매우 다르고, 북한이 생산하는 것 중에서 러시아가 원하는 것이 거의 없어 거의 양립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김정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월 19일 북한 평양 금수산 영빈관에서 진행된 북·러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 체결식에서 조약문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 북한군, 베트남 전쟁 등 일부 제외 전투병 아닌 훈련 교관 파견

북한군이 각종 분쟁에 관여해 왔지만, 전투병을 파병하는 것은 머물다.

1970~1980년대 북한군 약 3000명이 앙골라에 파병됐지만, 현지 군대를 훈련시키는 고문단 역할을 맡았고, 남아프리카공화국 군대와 싸우지는 않았다. 아울러 북한군은 우간다·차드·모잠비크에도 파병돼 아파르트헤이트(흑백 인종차별정책 종식을 위해 남아공 정부와 싸우는 게릴라를 훈련시키는 역할을 수행했다.

표도르 째르치즈스키 국민대 교수는 DW에 북한군은 해외 군사작전에 참여하지 않고, 일반적으로 훈련 교관을 파견하는 경향이 있다면서도 베트남 전쟁 때 북베트남을 지원하기 위해 전투기 조종사를 파견한 적이 있다며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 시나리오가 신빙성이 있어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제임스 줌월트 미군 예비역 중령은 이날 미군 기관지 성조지 기고 '김정은이 베트남전쟁에 참전한 북한의 어두운 과거를 알고 있을까'에서 1967년 베트남 전쟁에서 미군 전투기가 교전한 북한군 조종 북베트남 전투기가 모두 격추돼 최소 14명의 조종사가 사망한 것이 북한군에 재앙과 같은 경험이었다며 그들은 당시 공중전 전술에 적응하지 못하고, 한국전쟁 때 전술에 의존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 결과 엄청난 속도로 전투기를 잃은 북베트남이 파병 수개월 만에 생존한 북한군 조종사를 돌려보내면서 정중하게 "고맙지만, 괜찮다(no thanks)"고 말했다고 줌월트는 전했다. 줌월트는 베트남 전쟁과 파나마 및 '사막의 폭풍(쿠웨이트 해방 이라크전쟁)' 작전 등에 참전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