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국 등 경제 충격 속
최대 수혜는 산유국 러시아
러, 이란 핵 지원 강화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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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이란 석유 생산시설 타격이 현실화될 경우 휘발유뿐 아니라 플라스틱, 비료 등 석유제품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 이는 유럽 경제 침체와 석유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들, 특히 아프리카 저소득 국가들에 큰 충격을 주게 된다고 뉴욕타임스(NYT)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스라엘이 이란 생산시설을 공격할 경우 이란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등 친미 주요 산유국의 석유 정제시설을 상대로 보복에 나설 수 있다. 친이란 후티 반군은 2019년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 시설에 대한 공격을 자신들이 저질렀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란은 또 세계 석유의 3분의 1을 생산하는 페르시아 만의 핵심 운송로인 호르무즈 해협봉쇄를 위협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이 지역에 주둔하고 있는 미 해군 함정과의 충돌도 우려된다.
현재로선 가능성이 낮지만 최근 몇 달간 벌어진 격렬한 중동 전쟁이 이런 시나리오를 상상하게 만들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무역 분쟁과 북한의 도발 위험이 상존하는 가운데 중동지역 확전이 세계 경제에 큰 변수로 추가됐다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전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세계가 냉전 이후 가장 불안정한 상태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며, 상황이 급속히 악화될 경우 세계경제에 큰 충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중동전쟁의 확전 우려로 국제유가는 3% 넘게 뛰었고 국제원유 가격의 기준인 브렌트유는 지난 8월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이란의 석유 생산시설을 공격하더라도 이란의 하루 360만 배럴 생산량 정도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등 산유국에서 생산량을 늘려 보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실례로 5년 전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시설이 드론 공격을 받아 생산량이 절반가량 줄면서 국제유가가 20% 급등했으나 사우디아라비아가 비축량을 풀면서 곧바로 하락한 적이 있다.
이스라엘이 이란에게 어떻게 보복할지, 이란이 어떻게 반격할지에 따라 유가는 크게 출렁일 수 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발발하면 국제유가는 배럴당 13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일 쇼크는 금리 인하 피벗이 진행 중인 세계 경제의 모멘텀을 뒤집어 놓을 수 있다. 기름값 인상은 경제 활동, 정책 결정과 국민 정서 등 모든 요소에 영향을 끼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단합으로 공급이 막히면서 가격이 급등했던 1970년대 오일 쇼크에 비하면 지금 상황은 양호하다. 미국이 셰일 오일을 생산하고 있고 풍력, 태양력, 지열 등 재생에너지 덕분에 석유의존도가 그만큼 감소했기 때문이다.
오일 쇼크는 잠비아, 모잠비크, 탄자니아, 앙골라 등 부채위기에 시달리는 저소득 국가들에게 가장 큰 타격을 준다. 석유 소비량의 4분의 3을 수입하고, 이란 석유수출의 90% 이상을 구매하는 중국도 압박을 받게 된다. 미국은 충격을 덜 받겠지만 세계경제 성장이 둔화되면 수출에 의존하는 기업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미국 싱크탱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선임 연구원 제이컵 기르케가드는 값싼 러시아 에너지에 의존해 온 유럽은 특히 유가급등에 취약해 경기 침체 속에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우려된다고 전망했다.
이어 러시아는 유가 상승으로 가장 큰 혜택을 보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공격을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럴 경우 중동의 동맹국인 이란에 대한 핵무기 기술지원도 확대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이스라엘이 이란의 석유생산 시설을 타격해 유가가 뛰고 푸틴이 더 많은 전쟁자금을 확보하게 돼 이란 핵무장 위험을 키우는 결과가 된다면 이스라엘도 이란에 대한 공격과 확전을 꺼리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