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부대 관행처럼 일반화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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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NGO '침묵 깨기(Breaking the Silence)' 이사인 나다브 바이만에 따르면 이런 관행은 가자지구 전투에 참전하고 있는 여러 부대에서 '프로토콜(의전)'처럼 사용되고 있다. '침묵 깨기'는 군내 학대행위를 기록하는 이스라엘 재향군인들이 설립한 단체다.
이 단체가 수집한 퇴역군인들의 증언은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의 탐사보도와 일치한다. 하레츠는 "장교들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며 한 사령관이 "우리의 목숨이 그들의 목숨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런 관행은 일상화돼 있고 이스라엘군은 인간방패를 '샤위시(아랍어로 하급 병사)'라고 부른다. 이스라엘군은 대개 팔레스타인 청년을 골라 이스라엘 군복을 입혀 터널이나 파괴된 주택에 이스라엘군이 진입하기 전에 먼저 들여보낸다. 두 손은 결박하고 몸에 카메라를 부착한다. 하레츠는 이스라엘군이 이들에게 "터널로 들어가는 한 가지 임무만 완수하면 풀어준다"고 말한다고 한 군인을 인용해 보도했다.
인간방패로 이용되는 젊은이들은 이스라엘을 상대로 아무런 적대행위를 하지 않았는데도 하마스 소탕작전에서 인간방패로 쓰려는 목적으로 구금된다고 한다.
'침묵 깨기'는 가자전쟁 초기부터 민간인이 인간방패로 이용되고 있다는 걸 알았지만 한 사령관의 불법적인 일탈행위 정도로 생각했는데, 가자 전역에 걸쳐 군인들의 증언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바이만은 "가자 지구의 서로 다른 부대에서, 다른 장소에서, 다른 시간대에 증언이 쏟아지면서 이것(인간방패)이 광범위하게 확산했고, 심지어 일종의 이스라엘군 프로토콜이라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 병사는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이 폭발물을 수색하는데 군견 대신 투입되고 있다며 "군견이 너무 많이 죽었기 때문"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바이만은 병사들이 국제법과 이스라엘법을 위반하는 이런 관행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대법원은 2005년 서안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이 가택수색 전에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인간방패로 먼저 들여보내는 행위를 금지시켰다.
하레츠는 인간방패 사용 지시를 두고 사병과 지휘관 사이에 격론이 벌어지고, 고함이 오갔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이스라엘군은 인간방패 사용이 금지돼 있고, 이런 사실이 현장 군인들에게 "명확하게 전달됐다"며 하레츠의 보도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의 학교나 병원 등 민간인 지역을 폭격할 때마다 하마스가 민간인을 인간방패로 쓰고 있다며 공격을 정당화해왔다.
바이만은 "우리가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인간방패로 쓰면서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