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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현상이 최근 카드업계에서 나타나고 있다. 올 상반기 카드업계 신규 채용은 '0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70여명이 채용된 것과 비교된다. 신한, 우리, 삼성카드 등은 올 하반기 신규 채용을 실시할 예정이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규모를 확정짓지 않았다. KB국민카드 등 일부 카드사들은 수시 채용을 통해 필요 인원을 충당하고 있다.
희망퇴직 신청 소식도 잘 들리지 않는다. 2022년부터 2년 연속 희망퇴직을 실시했던 신한카드를 비롯해, KB국민·하나·롯데카드 등도 아직 희망퇴직 계획이 잡혀 있지 않다. 올해 초 우리카드가 희망퇴직을 받았지만, 사실상 희망퇴직 조건을 축소해 신청자가 예년대비 적다고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의문을 나타낼 수 있다. 실적이 크게 꺾였던 작년과 달리, 올해 들어선 카드사들이 수익 개선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드사들의 호실적은 본업을 잘해서 벌어들인 것인 것이 아니다. 실상을 파헤치면 '허리띠 졸라메기'로 실적을 내는 이른바 '불황형 흑자'를 낸 것이다. 고금리 여파로 자금조달 비용 부담이 여전한 데다, 연이은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본업인 신용판매에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융당국은 가맹점 수수료 추가 인하를 검토중이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 재산정 제도는 관행상 '3년 마다' 반복되고 있는데, 금융당국은 2012년부터 줄곧 카드 수수료율을 인하해왔다. 이미 카드사 핵심 수입원인 수수료 수입이 '마이너스'인 상황인데, 추가 인하를 단행할 경우 적자 폭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신사업 규제 완화를 통해 활로를 열어준다는 입장이지만, 사실상 카드산업 성장이 멈춘 상황에서는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사업에서 실질적인 수익이 창출되려면 중장기적 투자가 필요한데, 카드사들은 당장 수익성이 꺾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부와 금융당국도 국내 카드산업의 경쟁력이 저하되길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 카드를 꼭 내밀어야 한다면, 최소한 정책 시행 시점이 카드산업 불황이 이어지는 올해여만 하는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