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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개봉하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탈출')는 지난해 열린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 초청작으로, 올 여름 개봉하는 한국 영화들 가운데 가장 많은 제작비인 185억원이 투입된 재난물이다. 또 다음달 공개 예정인 '행복의 나라'와 더불어 고(故) 이선균이 남긴 유작이기도 하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이 같은 이유들로 인해 영화팬들의 관심이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 이럴 때일수록 이선균에 대한 그리움 혹은 안타까움 등과 같은 영화 외적인 감정은 잠시 접어두고 작품 자체에 대한 집중이 필요해 보인다.
안갯속 붕괴 직전의 고립된 다리 위에서 인간들이 자신들의 손으로 만들어낸 피조물들에 의해 차례로 습격당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은 아주 새롭진 않지만 꽤 근사하고 효과적인 극적 장치다. 스티븐 킹의 동명 소설이 원작인 2008년작 '미스트'가 앞서 활용했던 설정으로, '탈출'은 '미스트'와 달리 사건이 벌어지는 공간을 무너지고 있는 다리 위로 한정해 긴박감과 스펙터클한 볼 거리를 더 많이 제공한다.
아쉬움은 쉽게 예측 가능한 캐릭터들의 기계적인 배치에서 비롯된다. 주인공을 포함한 주요 인물들의 성격과 극중 쓰임새가 지극히 평면적이고 명확하게 느껴져, '이 쯤 되면 저렇게 행동하겠구나' '여기서 살아남았으니 저기서 죽겠네' 싶은 예상이 어김없이 맞아떨어지곤 한다는 얘기다.
일례로 실험을 주도하고 사건 해결의 열쇠를 지닌 '양박사'(김희원)는 다중적인 성격의 빌런을 겸하면서 끝까지 긴장감을 불어넣었더라면 좋았겠지만, 시종일관 얼 빠진 과학자로만 그려진다. '양박사'처럼 보고 나면 왠지 허전하기로는 렉카 운전사 '조박'도 못지 않은데, 불량스러운 외모와 말투로 아주 간간히 웃음을 책임지며 극이 진행되는 내내 투덜대기만 한다.
그럼에도 무더운 여름철 킬링타임용으론 비교적 손색이 없을 듯 싶다. 시각적 재미와 함께 1시간 36분이란 러닝타임이 말해주듯 나름 스피디한 전개가 극장에서만 가능한 영화적 체험을 제공하며 더위와 습한 기운을 잊게 한다. 그리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도전한 재난 영화에서도 특유의 성실함을 잃지 않는 이선균의 연기 또한 중요한 관람 포인트다. 15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