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 윤 의원도 '원칙과 상식' 모임과 행동통일을 하기로 했으나 막판에 방향을 급선회했다. 그는 이날 아침 페이스북에 "오늘 민주당에 남기로 했다"며 "민주당을 버리기에는 그 역사가, 김대중·노무현의 흔적이 너무 강하다"라고 썼다. 윤 의원의 지역구는 성남 중원구다. 이곳에서는 친명계로 분류되는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출마를 준비해 왔다.
현 부원장은 성희롱성 발언과 관련해 현재 당에서 징계를 논의 중인 인물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29일 성남시의 한 술집에서 열린 시민단체 송년회에서 지역 정치인 A씨와 그의 수행비서 B씨에게 "A하고 너(B)하고 부부냐", "너네 같이 사냐"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보도돼 논란을 빚고 있다. 현재 민주당 윤리감찰단에서 감찰에 착수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그의 징계여부를 두고 병상에 있던 이재명 대표가 친명계 좌장 정성호 의원과 문자를 주고받는 장면이 9일 국회 본회의에서 포착됐다. 이 대표가 "현근택은 어느 정도로 할까요"라고 묻자 정 의원은 "당직 자격정지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공관위 컷오프 대상"이라고 답했다. 이에 이 대표가 다시 "너무 심한 것 아닐까요"라고 묻자 "그러면 엄중경고. 큰 의미는 없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원내 제1당의 총선후보 공천의 은밀한 막후 논의가 까발려졌다. 친(親)이낙연계는 "징계대상자의 징계수위를 당대표와 측근이 흥정하는 게 민주당"이라고 꼬집었다.
밀실공천 의혹도 문제지만 오로지 공천 유불리를 따져 탈당할지 말지를 결정한 윤 의원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가 그토록 외쳐온 '원칙과 상식'이 결국 공천이었는지, 소신을 지킨 동료의원들에 대한 배신의 정치는 아닌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