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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공습 이어 이란 폭발로 최소 103명 사망, 이란 “보복”...가자전쟁 확전 위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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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4. 01. 04. 06:41

이란 묘역서 폭탄 터져 최소 103명 사망·211명 부상
이란 최고지도자 "강경 대응"...대통령 "미국·이스라엘 정권, 대가"
전문가 "테러리즘 특징...민간인 아닌 목표물 정밀타격 이스라엘 방식 아냐"
IRAN-BLAST-POLITICS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진행된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의 4주기 추모식에서 연설하고 있다./AFP·연합뉴스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쪽 외곽에서의 공습 다음날인 3일(현지시간) 이란에서 최소 103명이 사망하는 폭발이 일어나면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이 확산될 위험성이 더욱 커졌다.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남동쪽으로 820㎞가량 떨어진 케르만주 케르만시 순교자 묘역에서 이날 오후 3시께부터 20분 간격으로 2개의 폭탄이 터져 최소 103명이 사망하고, 최소 211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Iran Explosions
3일(현지시간) 2개의 폭탄이 터져 최소 103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이란 케르만주 케르만시 순교자 묘역을 미국 민간 위성업체 맥사 테크놀로지가 찍은 사진./AP·연합뉴스
◇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 추모식 묘역서 폭탄 터져 최소 103명 사망·211명 부상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 "재앙, 강경한 대응에 마주할 것"...라이시 대통령 "가해자·지도자, 처벌"

2020년 1월 3일 이라크 바그다드 공항에서 나오다 미국의 드론 공습으로 암살된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의 4주기 추모식에 참석하기 위해 수만명의 추모객이 묘역 인근에 모인 상황에서 폭탄이 터지면서 인명 피해가 커졌다.
첫 폭발은 솔레이마니 사령관 묘지에서 700m 떨어진 곳에서 일어났고, 두번째는 추모객들이 쇼하다 거리를 따라 서쪽으로 대피하는 상황에서 묘지에서 1km 떨어진 곳에서 폭발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두번째 폭발은 무장 세력이 공격에 대응하는 구급대원을 표적으로 삼아 더 많은 사상자를 내는 데 이용된다.

이란 정부 관리들은 이 폭탄들이 묘역으로 향하는 도로를 따라 놓여있던 가방에 들어있었고, 원격 제어로 터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이날 인명 피해는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이란을 겨냥한 가장 치명적인 군사 공격으로 보인다고 AP는 평가했다. 이란 당국은 4일을 '국가 애도의 날이 될 것'이라고 했고,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보복을 다짐했다.

하메네이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이런 재앙은 반드시 강경한 대응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며 "이것이 신의 뜻"이라고 강조했다고 이란 국영 IRNA통신이 보도했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도 "의심할 여지 없이 이 비열한 행위의 가해자와 지도자들은 곧 밝혀져 처벌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IRAN-BLAST/SOLEIMANI
이란 시민들이 3일(현지시간) 폭탄이 터진 이란 케르만주 케르만시 순교자 묘역에서 대피하는 모습./로이터·연합뉴스
◇ 사건 배후, 수니파 과격단체·망명 단체 등 거론
전문가 "테러리즘 특징...민간인 아닌 과학자·고위 관리·시설 정밀 타격 이스라엘 방식 아냐"

AP는 이란은 망명 단체·무장 조직·국가 등 이번 공격의 배후일 수 있는 여러 적을 가지고 있다며 이슬람국가(IS) 등 수니파 과격단체들이 시아파가 다수인 이란에서 대규모 공격을 감행해 민간인을 살해한 적은 있지만 비교적 평화로운 케르만에서는 이러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지난해 9월 22세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고 경찰에 끌려가 의문사한 사건 등을 계기로 한 대규모 반정부시위가 최근 수년 동안 이어지고 있고, 이슬람 혁명 이후 망명한 단체가 이란 내에서 공격을 감행하기도 했다.

분석가들은 이번 공격이 테러리즘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고 NYT는 전했다. 국제위기감시기구(ICG)의 알리 바에즈 이란프로젝트 국장은 이번 공격은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는 통상적인 방식과 맞지 않다며 이스라엘이 지금까지 핵 과학자·고위 안보 관리와 같은 개인이나 핵 단지 같은 시설을 정밀 타격하는 경향은 있지만 일반 민간인을 공격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핵 프로그램을 저지하기 위해 이란을 공격했지만 대량 살상 폭격이 아닌 표적 암살을 수행했다고 AP는 전했다. 이스라엘이 수십년 동안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레바논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 반군 등을 지원해온 이란을 겨냥해 이번 공격을 감행했을 가능성이 작다는 것이다.

◇ 미국 정부 "미국·이스라엘, 이번 폭발과 관련 없어"

미국 정부도 미국 및 이스라엘이 이번 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은 이번 일과 어떤 식으로든 관련이 없다"며 "이스라엘이 이 폭발과 연계됐다고 믿어야 할 어떤 이유도 없고, 연관됐다고 볼 어떤 정보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도 브리핑에서 "우리는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했고 누가 책임이 있는지 등에 대해서 자세한 내용을 알지 못한다"며 "이스라엘이 어떤 식으로 관련돼 있다는 증거는 없다"고 했다.

◇ 이스라엘 배후설 베이루트 공습과 맞물려 가자지구 전쟁 확산 위험성
라이시 대통령 "미국·이스라엘 정권, 대가 치를 것"
헤즈볼라 지도자, 전날 폭격 관련 TV 연설 "큰 대가 치르고, 후회하게 될 것"

하지만 이번 폭발이 전날 이스라엘이 배후일 가능성이 큰 무인기가 베이루트 외곽 하마스 사무실을 공습해 하마스 정치국의 2인자이자 하마스 전체 서열 3위로 평가받는 살레흐 알 아루리 부국장 등 6명을 살해한 사건과 맞물리면서 가자지구 전쟁이 레바논·이란 등으로 확산될 위험성을 키운다.

하메네이는 이번 사건을 일으킨 '악의적이고 범죄적인 적들'을 특정하지 않았지만 라이시 대통령은 "우리는 범죄적인 미국과 시온주의자(이스라엘) 정권에 당신들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 매우 비싼 대가를 치르고,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고 경고했다고 NYT는 전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공격을 시사한 것이다. 이란은 닷새간의 솔레이마니 장례식이 끝나는 날 이라크 내 미군 기지를 향해 탄도미사일 12발을 발사한 바 있다.

후티 반군 대변인 모하메드 압델-살람은 이번 폭발의 배후를 지목하지 않으면서도 이란의 팔레스타인 및 레바논 저항 세력 지원과 연관시키려 했다고 AP는 전했다.

아울러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는 이날 TV 연설에서 전날 폭격과 관련한 TV 연설에서 "적이 레바논에 대해 전쟁을 벌이려 한다면 우리는 어떤 제한도, 규칙도, 구속도 없이 싸울 것"이라며 "우리와 전쟁은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며, 우리와 전쟁하는 이는 누구라도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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