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 스스로가 위기의식을 못 느끼는 것이 큰 문제
아르헨티나는 재정적자를 감수한 '퍼주기'식 좌파 포퓰리즘 정책인 페론주의의 본산이다. 그런데 바로 그 아르헨티나에서 놀라운 정치적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누구보다 일관되고도 강력하게 페론주의를 비판하고 자유 시장경제를 주창하는 경제학 교수 출신의 자유전진당 하미에르 밀레이 후보(Javier Milei, 53)가 19일 결선투표에서 '페론주의' 좌파 포퓰리즘을 실행해 온 여당 세르히오 마사(Sergio Massa, 51) 후보를 누르고 승리를 거두었기 때문이다.
밀레이의 승리가 곧바로 그가 주창하는 정책들이 기득권층의 저항을 물리치고 제대로 실행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아직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그러나 대다수의 아르헨티나 국민들이 무상배급형 사회주의 정책들의 허구를 깨달았다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이는 아르헨티나 사회를 지배하는 사상과 철학이 이제 허구적인 '가짜' 사회주의에서 이제 제대로 된 자유 시장경제로 변혁된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 최빈국으로 몰락한 아르헨티나
이런 깨달음을 얻기까지 가짜 사상과 철학을 맹종했던 대가는 컸다. 20세기 초 아르헨티나는 축구를 잘하는 나라가 아니라 세계최고 수준의 1인당 GDP를 가진 부자나라였다. 소설 '엄마 찾아 삼만리'의 주인공은 가난한 나라 이탈리아에서 부자나라로 일하러 간 엄마를 찾아가는 이야기인데 잘 믿어지지 않겠지만 그 부자나라가 바로 아르헨티나였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아르헨티나라고 하면 잦은 국가파산으로 금융시장의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인플레이션이 100%를 넘는 빈곤한 나라, 또 경제적 자유가 최저수준인 나라로 인식되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100%를 넘는다는 것은 고정급을 받는 국민들의 지갑이 그야말로 털리고 있다는 것을 뜻하는데 이를 '인플레이션 조세'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런 초인플레이션은 선거에서 표를 사기 위한 '선심성 정책'에 쓰기 위해 국채를 마구 발행하고 이를 그 나라 중앙은행이 인수하면서 뭉칫돈이 시중에 풀려나가기 때문에 발생한다. 그러나 이런 적자 재정지출은 정치적 지지를 얻는 수단으로 변질되어 여기에 길들여진 아르헨티나 국민들이 지금까지 각종 보조금과 수당 등 당장 얻을 혜택에 눈이 멀어 그런 좌파 포퓰리즘을 주창하는 페론주의자를 지지해 왔던 것이다.
◇ 세계최대 원유매장량을 가진 '베네수엘라'의 실패
아르헨티나 외에 이런 점이 두드러지는 남미 국가가 바로 베네수엘라다. 베네수엘라는 원유 매장량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다. 1999년 집권한 좌파정부의 차베스 대통령은 이를 국유화해서 무상교육, 무상의료 등을 실행해서 정치적 지지를 얻어내고 다른 나라 사회주의를 지원하는 일까지 벌였다. 그러나 유가가 하락하자 이런 선심성 좌파 정책은 곧 한계에 부딪혔다. 결국 뭉칫돈을 찍어내어 이런 선심성 좌파정책들을 지원했다.
그 결과는 처참했다. 베네수엘라는 전쟁을 전혀 겪고 있지 않고 있는데도 최악의 초인플레이션을 겪게 되었는데 돈 가치가 너무나 떨어져 번 돈으로는 생존하기조차 어려워진 국민들이 다른 나라로 대탈출을 감행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현재 베네수엘라에도 '남미의 마거릿 대처'로 불리는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가 아르헨티나의 하미에르 밀레이처럼 베네수엘라의 차베스와 마두로의 좌파 포퓰리즘 정책을 강력하게 비판하면서 시장경제를 강력하게 주창하고 있다. 그래서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부상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검찰과 대법원이 그녀의 정치적 부상을 억제하기 위해 공직제한을 가하는 등 압력을 행사하고 있어 아르헨티나의 밀레이처럼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있을 것인지는 더 두고 봐야 하는 상황이다.
◇ 한국에서 부는 남미형 포퓰리즘의 유혹
이미 우리나라 선거에서도 '선심성' 포퓰리즘은 기세를 떨치고 있다. 비록 윤석열 대통령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유'와 재정건전성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강조하고 있어 정말 다행이지만, 정치권은 선거가 임박하면서 경기부진으로 세수가 충분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예산심사를 하면서 벌써 예산증액을 하려고 동분서주하고 있다. 예산안 심사에서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소위 퍼주기 성격의 '이재명표' 예산을 6조원 증액했다. 여당과 정부도 야당보다 그 정도는 약하지만 선거용 돈 뿌리기에 '민생'이란 명분으로 동참하고 있다. 당정(黨政)은 코로나 팬데믹 기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지급한 재난지원금 8000억원을 면제하고 저리자금 4조원을 풀겠다고 했다. 이에 더해 11조원의 달빛 고속도로 건설, 수도권 철도 지하화 등에 대해서는 건전재정을 위한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는 특별법을 마구 만들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아르헨티나를 최빈국으로 추락시킨 좌파 포퓰리즘의 길로 나아가는 게 아니고 무엇인가.
그런데도 정치권과 국민들이 스스로 지금이 위기임을 못 느끼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지난 정부의 '과감한 적자재정 정책'으로 벌써 국가부채가 1000조원을 넘어섰다. 나라 곳간이 비고 외상으로 빌려 쓰는 국채가 너무 빨리 늘어나고 있다고 국제기구로부터 경고를 받고 있다. 그런데도 정치인들과 국민들은 이런 경고를 귓등으로 흘려듣고 만다. 이런 퍼주기 좌파 정책의 결말이 바로 아르헨티나와 베네수엘라의 몰락임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 지금 한국의 상황을 알면, 밀레이 당선자가 외칠 말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당선자는 지난 24일 윤석열 대통령과 통화를 하면서 "그동안 한국의 경제발전을 크게 동경해왔다"면서 "한국의 경험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고 한다. "잘살아보세"를 외치면서 국가나 남에게 의존하지 않는 자립과 자조의 정신이 우리가 경제적으로 선진국 대열에 합류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그런데 최근 선심성 포퓰리즘이 횡행하는 상황을 알면 밀레이 당선자는 이렇게 외칠 것이다.
"경제성장과 민주주의를 모두 이룬 부러운 한국 정치인들과 국민들이여! 정신 차리십시오. 이런 좌파 포퓰리즘이 남미를 망하게 했는데 왜 이걸 모르고 좌파 포퓰리즘 사고에 빠지고 있습니까. 아르헨티나처럼 최고 부유한 나라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로 몰락할 작정입니까. 빨리 깨어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