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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현지시간) 러시아 일간 리아노보스치지에 따르면 니콜 파시난 아르메니아 총리는 "CSTO 탈퇴·존속 또는 참여종료 등의 결정 여부는 아르메니아 국익에 따라 결정하겠다"며 탈퇴를 시사했다.
이날 파시난 총리의 발언은 소련 붕괴 이후 30여년간 이어진 인접국 아제르바이잔과의 영토분쟁에서 패배해 분쟁지역인 나고르노-카라바흐를 빼앗긴 것에 따른 화살을 러시아에 돌린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10월 아제르바이잔은 '대테러 작전'이란 명분을 내세워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에 대해 폭격을 퍼붓는 등 군사작전을 펼처 나고르노-카라바흐 중심 지역을 장악하고 주권회복과 승리를 선언했다. 나고르노-카라바흐는 국제적으로는 아제르바이잔 영토로 인정되지만, 아르메니아계 주민이 약 80%(약 12만명) 거주하고 있어 지난 30여년간 분쟁이 끊이지 않았던 곳이다.
당시 아르메니아는 즉각 항의했으나 그 동안 두 나라간 분쟁을 중재해왔던 러시아가 아제르바이잔 손을 들어줬고, 아르메니아는 아르메니아계 주민 이민을 받아들인다고 밝히면서 사실상 손을 놓았다. 소련 붕괴 이후 30년 넘게 이어져 온 분쟁에서 아제르바이잔이 사실상 승리한 셈이다.
이에 크게 반발한 파시냔 총리는 지난 23일 CSTO 정상회담에 불참하고 러시아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CIS(구 소련권 독립국가연합) 국제협의체이자 안보협의체인 CSTO를 탈퇴를 시사하는 것으로 본격적인 반러·친서방적 행보를 시작하면서 정치적 강수를 둔 셈이다.
파시냔 총리는 이날도 "CSTO가 우리의 관심을 유지할만한 최소한 것을 제공하지 않거나 추가적인 문제를 야기한다면 우리가 여기에 남아있어야 할 이유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 밖에 없다"며 이날 탈퇴 시사의 배경에 러시아가 있음을 굳이 숨기지 않았다.
러시아 여러 국제정치전문가들은 현재 아르메니아 정부는 CSTO를 시작으로 CIS, EAEU(유라시아경제연합) 등 러시아가 주도하고 있는 모든 국제기구에서 탈퇴하는 방향으로 외교정책을 전환했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국가 전체 수출입의 45%와 더불어 외국투자자본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등 대러시아 경제 의존도가 높은 아르메니아 경제구조다.
이에 아르메니아 당국은 영국과 전략적 파트너쉽 협정서명에 서명하고 미국·유럽과 군사기술협력을 위한 민간사절단을 파견하는 등 서방과의 협력을 확대하는 모양새지만, 근본적으로 제2의 도시인 귬리에는 러시아군 3000여명이 군사기지에 주둔해 있어 실효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