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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압박에 식품업계가 결국 '가격인하'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게 시민들의 생각이다. 일부 품목에 한해 적용된 데다 인하폭도 5% 안팎이다. 금액으로 따지면 50원에서 200원 수준인 셈이다.
지난달 27일부터 이어진 식품업계의 가격인하 행렬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말 한마디에서 시작됐다. 추 장관이 지난달 18일 방송에서 "국제 밀 가격이 내렸으니 라면 가격도 내렸으면 좋겠다"며 라면 가격 인하 필요성을 언급하자 열흘도 채 되지 않아 농심이 신라면과 새우깡 가격을 각각 4.5%, 6.9%로 인하했다. 이어 삼양식품도 삼양라면과 짜짜로니 등 12개 제품을 평균 4.7% 낮출 계획을 발표했고, 오뚜기·팔도 등도 나서서 평균 5% 인하 계획을 밝혔다. 라면업계가 움직이니 롯데웰푸드·해태제과 등 과자업계와 SPC그룹 등 제빵업계도 가격 인하에 동참했다.
하지만 모든 업계가 가격을 내린 것은 아니다. 그리고 내린 업체도 일부 품목이지 주력 제품은 빠졌다는 비난도 받고 있다.
롯데웰푸드의 경우는 과자 가격인하에는 동참했지만 편의점 아이스크림 가격을 7월1일부터 인상하기로 하다 편의점에서 가격인상 부담을 떠안겠다고 선언하면서 머쓱해졌다.
업계는 밀가루 가격을 내렸다고 해서 바로 가격에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미 비싸게 들여온 재고분을 소진해야 하고, 물류비와 인건비, 그리고 전기료 등 제반비용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미미한 수준이기는 하나 가격인하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대의적으로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물론 이들의 이야기도 맞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체감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라면의 공급 가격이 내렸다고 분식집 라면 가격이 당장 내려가지는 않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강제에 보여주기식 '찔끔' 인하가 아니라 근본적인 식자재 유통과정부터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 몇 단계의 유통과정을 거치면서 불어나는 비용은 전부 소비자가 떠안아야 한다.
정부가 원하는 물가안정의 실효성을 얻기 위해서는 정부가 주도해 연구기관의 연구보고 등을 통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업의 자발적 가격인하 참여를 유발할 필요가 있다. 또한 유통과정에서 불필요한 단계가 없는 지도 살펴봐야 한다.
당장 눈앞의 결과를 위해 정부가 강압적으로 나서 가격을 통제하다보면 과거 이명박(MB) 정부의 과오가 되풀이될 수 있다. 당시 MB정부는 라면, 쌀, 밀가루, 소고기 등 서민 밀접 품목 50여개를 꼽아 전방위적으로 압박했지만 3년 만에 해당 품목의 가격이 20% 폭등하는 부작용만 초래했다.
살림살이가 정말 나아질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