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이 최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산은 본점 부산 이전 관련 기관 간담회'에서 이같은 청사진을 밝혔다. 국토교통부가 '이전 공공기관 지정안'을 고시한 만큼 남은 절차인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안 처리와 노조와의 협의 등에 최대한 협력하겠다는 의지로 읽혔다.
하지만 내부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산업은행 내부 익명 게시판에는 본점 지방 이전에 관여하고 있는 담당자들을 '을사오적'에 빗대 질타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고 한다. 금융 경쟁력이 저하된다는 비판 속에도 본점 이전을 추진하고 있는 관계자들을 나라를 팔아넘긴 을사오적에 빗대고 있는 것이다.
한 산업은행 관계자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강 회장의 바람과는 달리 산은 내부에서는 '본점 이전' 얘기만 꺼내도 적으로 간주하는 분위기"라며 "노조가 산업은행 지방 이전을 전제로 한 논의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대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강 회장이 답답해하는 심정도 어느정도 이해는 간다. 본점 부산 이전은 지난해 1월 대선후보 신분이던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사항이자 현 정부의 국정과제다. 강 회장이 지난해 9월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국정 과제로 선정된 상태에서 지방 이전 여부를 직원들과 토론하는 게 상당 부문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언급한 데서도 고심이 느껴졌다.
그러나 노사 간 타협 없이는 법안 처리도 불가능하다. 국회 내 다수 의석을 보유한 더불어민주당은 법 개정 조건으로 '우선적 노사 합의'를 고수하고 있다.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노사 관계를 처음으로 되돌릴 수는 없겠지만, 양측 모두 대화를 통한 협의가 득이 된다는 것에는 반박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지속적으로 대화를 시도해 이견을 좁혀나가야 국민적 지지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