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 간 갈등, 학부모 우려 커지고 있어
구색 맞추기 '간담회'로 속도전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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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총리는 취임 100일 동안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통합하는 '유보통합'과 '늘봄학교', 디지털 교육을 비롯해 대학 규제개혁과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교육전문대학원 설립 등 굵직한 정책들을 줄줄이 발표했다. 하지만 정책의 성공은 '개문발차'가 아닌 마무리인 '안착'에 있다. 교육정책의 수혜자인 국민들이 느끼기까지는 복잡한 과정이 불가피하다. 더욱이 내놓은 정책들은 이해관계자 간 충돌되는 내용들이 상당하다. 자칫 '속도전'으로 밀어붙여다가는 반발과 후유증만 남길 뿐이다. 앞선 박순애 전 장관이 '만5세 입학'을 내세웠다가 거센 역풍에 끝내 낙마한 사례를 이 부총리는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특히 이 부총리는 우스개로 '남북통일보다 어렵다'는 '유보통합'에 대해 "이번에는 된다"고 거듭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유보통합과 관련해 해결할 과제는 첩첩산중이다. 유치원 교사와 어린이집 교사의 교사신분 및 처우 문제, 영유아 발달에 따른 보육-교육의 문제, 지역별 편차 우려 등 벌써부터 교원단체들은 반대 성명을 발표하고 학부모들도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 부총리는 지역현장 행보를 강화하고 의견 수렴에 나서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그저 구색 맞추기로 보인다. 유보통합, 늘봄학교, 지역대학 등을 다니며 진행하는 간담회는 사전에 일정을 맞추고 참석자가 조율된다는 점에서 제한된 시간에 제한된 이야기만 듣거나 정부 정책방향을 찬성하는 측의 의견만을 들을 가능성이 높다.
유보통합의 경우 교전원 설립과 맞물려 유치원 교사-어린이집 교사-임용고시생-교대생 간 이해가 다 다르며, 현장에선 학부모들이 굳이 어린이집을 유치원과 통합할 이유를 못 느끼는 경우도 많다. 어린 아이를 맡기는 맞벌이 부모 입장에선 아이의 보육이 더 우선이다. 때문에 지금처럼의 느슨한 간담회로는 백가쟁명의 의견을 모을 수 없고 정책 추진 동력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행정학자이자 정책학자인 킹던(J. Kingdon)은 '다중흐름모형'을 주창해 정책 변동을 설명했다. 정책의 필요성을 느끼는 '문제의 흐름'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의 흐름', 이를 추진하려는 '정치의 흐름'이 있는데 결정적 계기가 되는 사건이나 정책선도가를 통해 세 흐름이 결합(coupling)되면서 '정책의 창'이 열린다고 했다. 분산된 의견을 하나로 모으고 정책을 구체화시키는 '정책선도가'의 역할은 자주 현장을 찾고 반대자들과 끊임없이 대화하는 일이다.
오랜 난제인 유보통합과 디지털 교육, 대학 혁신 등 굵직한 과제를 내세운 이 부총리는 킹던이 말한 '정책선도가' 유형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가 이명박정부에 이어 두 번째로 교육부를 경험하는만큼 더 적극적으로 이해당사자들을 만나 정책선도가로서 '정책의 창'을 열고 안착시키길 기대한다.